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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 특보’가 장관후보 인사 청문하는 희극

등록 2015-03-12 18:17수정 2015-03-12 18:37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참으로 희한한 장면이 연출됐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가 외통위원 자격으로 청문회에 참석한 것이다. 그나마 유기준 후보자는 질문은 하지 않고 10분 만에 자리를 떴으나, 윤 의원은 홍 후보자를 상대로 검증위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를 대통령의 ‘참모’가 검증하는 코미디 같은 장면이 벌어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윤상현·김재원 의원 등 새누리당 현역 의원 3명을 정무특보로 지명한 뒤 그 적절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돼왔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참모로 활동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나는데다, 국회법상으로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말고는 현역 의원의 겸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 장면은 그런 우려가 단지 기우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굳이 삼권분립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해야 할 국회에서 대통령 정무특보가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현역 의원들의 정무특보 기용은 단지 법률적인 측면에서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청와대 쪽은 정무특보 임명의 명분을 ‘소통’에서 찾고 있지만, 특보들이 대부분 강경파 친박 의원들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정치적 파열음만 커지고 있다. 소통을 위해서라면 새누리당 안에서 청와대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 그리고 야당 쪽 인사들과 대화가 잘되는 사람들을 기용해야 논리적으로 맞는데 정무특보들의 면면을 보면 완전히 반대이기 때문이다.

더욱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청와대가 특보들에 대한 위촉장 수여마저도 미적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특보들이 겸직신고를 하면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소집해 국회법 저촉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는 계획이지만, 위촉장 수여가 안 되는 바람에 그런 절차를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갖가지 비정상적 풍경들은 청와대가 새누리당 수뇌부에 대한 견제용 포석으로 정무특보를 기용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상식과 법률을 도외시한 데서 빚어진 필연적 결과다. 게다가 정무특보를 기용한다면서 국민 여론이나 정치권 반응 등 가장 기초적인 ‘정무적 판단’도 하지 않은 것은 더욱 쓴웃음을 자아낸다. 청와대의 인사참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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