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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권력형 공직자의 일탈과 김영란법의 정당성

등록 2015-03-13 18:44

국세청 과장급 간부 두 명이 2일 밤 서울 강남의 기업형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 뒤 성매매를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고 한다. 공직 부패를 막기 위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사회적 관심 속에 국회 통과를 하기 하루 전의 일이었다. 청렴과 준법 의무에 대한 공직자들의 경각심이 이 정도로 허물어졌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날로부터 불과 한달여 전에는 성매매업소 여성에게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준 뒤 제때 갚지 못하면 성관계를 요구한 세무공무원이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줬다. 지난해 9월에는 ‘카드깡 조직’의 뒤를 봐주고 수천만원씩 챙긴 세무공무원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세무공무원 비리 사건은 ‘힘 있는 기관’의 부패 가능성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징표로, 강력한 부패 방지 장치인 김영란법의 필요성을 재확인시켜 준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국세청 간부 두 명이 대가성 있는 접대를 받았는지 수사 중이라고 한다. 김영란법을 적용한다면 술값을 누가 냈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 수사가 쉽게 풀릴 수 있다. 2013년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대기업으로부터 수천만원어치의 접대를 받고도 ‘통상적인 접대’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피해간 어처구니없는 일도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김영란법 제정의 계기가 된 ‘벤츠 여검사’ 사건도 엊그제 대법원에서 끝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사가 내연관계에 있는 변호사로부터 청탁과 함께 벤츠 승용차와 신용카드를 받고 이 카드로 가방과 명품 옷을 사는 등 5000여만원을 쓴 사건인데, ‘사랑의 정표’(항소심 판결) 운운하며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판단에 많은 국민이 다시 허탈함을 느꼈을 것이다.

김영란법이 일차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대상은 국세청·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이다. 힘이 쏠려 있는 만큼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일상적인 접대와 선물 등을 받는 관행이 더 뿌리 깊기 때문이다. 권력기관일수록 부패·비리에 대한 처벌도 쉽게 피해 갔다. 이런 사정들이 한데 얽혀 나타난 현상이 바로 세무공무원·검사·경찰관 등 누구보다 공정·청렴해야 할 공직자들의 끊이지 않는 일탈 행위다. 이는 조세 징수나 형벌권 행사처럼 가장 중요한 국가 기능을 불신에 빠뜨린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김영란법이 애초 취지에 맞게 권력기관 공직자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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