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참석하는 여야 3자 회담이 열린다.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는 것은 18개월 만이다. 대통령제 아래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여야 정당 대표가 만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인데도 이것이 마치 무슨 중대한 사건이라도 되는 양 비치는 정치 현실이 비정상이다. 꼭 3자 회담이 아니더라도 필요하면 대통령이 야당 대표 또는 여당 대표와 따로 만나 정책과 입법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 회담은 박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표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 ‘정윤회 문건 파동’에서 드러났듯 불통 이미지가 강하게 덧씌워져 있는 박 대통령에겐 이번 자리가 소통의 폭을 넓히고 야당 얘기를 듣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표로서도 2월 당내 경선을 통해 제1 야당 대표로 선출된 뒤 처음으로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다. 그런 만큼 양쪽 모두 서로 정치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애쓸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지금 국민의 아픔과 바람을 정치에 투영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이 회담 의제에 경제를 넣자고 하고 청와대가 이를 선뜻 받아들인 건 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정치란 항상 의견이 같을 수 없고, 사안에 따라서는 첨예한 대립을 수반하는 게 불가피하다. 통일외교나 복지 문제에서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이를 피하기보다는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서로 의견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설령 합의문이 나오진 않더라도 양쪽이 서로 진의를 확인하고 추후 대화의 디딤돌을 마련한다면 그것 역시 의미가 있다. 과거 여야 대표회담을 보면, 좋은 내용의 합의문을 내놓고도 그걸 이행하기보다는 불이행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비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실질적인 대화보다 합의문 자체에 너무 매몰된 탓이다. 합의문 자구보다 더 중요한 건, 솔직한 대화와 앞으로도 이런 식의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자세다.
이런 점에서, 특히 박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을 의미 있게 바라보길 권한다. 대통령제에선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회와 대화를 하는 게 원칙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맞는 일이다. 대통령 밑의 친박 의원들로 구성된 특보들을 두고 그들을 통해 정치를 하겠다는 발상은 잘못이고 실효를 거두기도 어렵다. 이번 여야 대표회담이 청와대와 국회의 정상적 관계로 나가는 전기로 작용한다면 매우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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