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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치 복원 가능성 보여준 박근혜-문재인 회담

등록 2015-03-17 21:03수정 2015-03-18 00:25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3자 회담은 충분히 서로의 의견을 개진한 만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요 현안에서 구체적 합의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현 상황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만남을 정례화하기로 한 건 의미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통 인식에 합의했다고 하지만 이후 구슬을 꿰는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여야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회담은 처음부터 팽팽한 긴장 상태였던 것 같다. 문재인 대표가 준비해 온 원고를 읽으면서 정부 경제정책을 작심한 듯 비판하자 박 대통령이 귀를 기울이고 받아 적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경제정책이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는 문 대표의 말은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듣기엔 몹시 껄끄러울 수 있지만,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는 건 꼭 좋은 얘기만 듣기 위한 게 아니다. 평소 청와대 참모들이나 여당 의원들에게선 듣기 어려운, 국정운영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듣기 위해 야당과 만나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이런 대화를 정례화하자는 야당 요청을 박 대통령이 선뜻 받아들인 건 평가할 만하다.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자주 만나겠다고 했으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야 모두 진지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은 처음부터 구체적인 합의 도출에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었던 만큼, 더 중요한 건 앞으로 서로를 대하는 양쪽의 태도라고 본다. 예정된 시간보다 50분 넘게 양쪽이 많은 얘기를 나눴다니, 이것이 청와대와 여야 간에 국정운영과 정책, 입법에 관해 자주 대화를 하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사실 대통령이 여당뿐 아니라 야당 국회의원들을 만나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오히려 야당 의원들을 자주 만나 입법 과정에서 협조를 부탁할 건 부탁하고 의견을 수렴할 건 수렴하는 게 바람직한 자세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청와대와 국회가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과 견제를 해나가는 게 시대 흐름에 맞는다.

여야가 청와대 회담에서 원칙적 의견 일치를 본 최저임금 인상과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에 관해선 국회를 중심으로 곧바로 깊이있는 협의를 시작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사드 문제 등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청와대와 여야가 자주 만나기로 한 말이 허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회담이 꽉 막힌 정국을 뚫고 상생의 정치를 복원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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