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이 난기류에 휩싸였다. 북쪽 당국의 일방적인 행태 탓에 남쪽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북쪽은 공단의 순조로운 운영과 발전을 가로막는 비합리적 행위를 중단해야 마땅하다.
북쪽 요구의 핵심은 임금 인상과 토지사용료 징수다. 북쪽은 월 70.35달러인 최저임금을 3월부터 5.18% 많은 74달러로 인상하겠다고 지난달 통보했다. 아주 무리한 내용은 아니다. 사회보험료 등을 더한 북쪽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140달러 남짓한 수준으로, 캄보디아나 방글라데시 노동자보다 많지만 베트남보다는 적다고 한다. 토지사용료도 전혀 엉뚱하지는 않다. 남북이 임대차 계약을 맺은 2004년을 기점으로 10년이 지난 다음해인 올해부터 부과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둘 다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 어렵잖게 풀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는 북쪽의 일방적 태도다. 남북은 2013년 8월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면서 서명한 합의서에서 ‘법규 개정 등은 반드시 남북간 사전 협의를 위한 남북공동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통해’ 하기로 했다. 하지만 북쪽은 지난해 11월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을 일방적으로 바꾸고 그 가운데 최저임금 조항 등을 우선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북쪽은 이후 우리 정부의 항의 통지문과 남북공동위 개최 요구 통지문, 기업들의 건의문 등의 접수조차 모두 거부했다. 노동규정 개정은 자신의 주권사항이라는 것이다. 남북 합의를 헌신짝처럼 여기는 이런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정부가 기업들에 북쪽 요구에 응하지 말라고 한 것은 불가피한 대응이다.
북쪽이 개성공단 문제를 다른 남북관계 현안과 연계시키는 것도 잘못이다. 북쪽은 남북공동위를 개최할 수 없는 이유의 하나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들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남북이 대북전단 문제 등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노동규정을 바꿨다. 이런 식이어서는 기업들이 안심하고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꾸려갈 수 없다. 이와 별개로 북쪽이 5·24조치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남쪽 기업들도 이 조처가 공단 발전을 막고 있다며 완화·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북쪽은 남북공동위 개최에 응하기 바란다. 이번 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면 북쪽이 힘을 기울이는 외자유치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남쪽 기업들도 당장 어려움을 피하려고 북쪽 요구를 개별적으로 들어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 정부가 해법 찾기에 더 힘을 쏟아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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