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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청와대 낙하산 집합소’ 된 유료방송업계

등록 2015-03-19 18:19수정 2015-03-19 18:19

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 차기 회장에 낙하산 논란을 빚어온 윤두현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이 내정됐다. 이미 아이피티브이(IPTV)방송협회(이종원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대표를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맡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블방송협회까지 가세함으로써 유료방송 3대 기구 수장을 모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장악하는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들 유료방송 기구들은 모두 순수 민간단체들이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이 모인 케이블방송협회는 최근 출범 20돌 기념식도 했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성인이 된 셈이지만 독립이나 자율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청와대는 민간단체를 상대로 공공연히 ‘갑질’을 하고 협회 쪽은 이를 받들어 모시기에 급급하다. 케이블방송협회 회장 선출은 형식적으로는 공모지원 절차를 거쳤지만, 공모를 공지한 날부터 지원서를 접수하고 제출서류는 달랑 이력서 한 통에 그치는 등 처음부터 ‘윤두현 회장 만들기’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청와대와 미래창조과학부 쪽에서 업계 관계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압력을 행사하면서 몇몇 지원자들이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말도 무성했고, 결국 지원자 한 명은 최종 면접을 포기했다.

방송에서 청와대 참모로 차출됐다가 다시 유료방송 업계로 직행하는 ‘회전문 인사’는 윤리적 문제뿐 아니라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도 크다. 이 법에 따르면 퇴직 전에 일한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나, 사기업체가 회원으로 가입한 협회, 법인 등에는 취업이 2년간 금지된다. 그런데 청와대 홍보수석실 업무는 유료방송 업계와 업무 연관성이 너무나 명백하다. 게다가 윤 전 수석은 “육체적으로 힘들다”며 청와대 홍보수석을 그만둔 사람이다. 케이블방송협회장은 쉬면서 몸조리나 하고 거액의 연봉을 챙기는 자리냐는 비아냥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유료방송 협회의 수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업계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청와대 핵심 참모 출신의 협회 대표들은 정부의 의지를 방송업계에 관철하는 선봉장 노릇을 할 것이다. 협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개별 방송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 역시 식은 죽 먹기나 같다. ‘청피아’들이 유료방송을 장악한 상황에서 방송의 독립성이니 자율성이니 하는 말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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