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19일 차한성 전 대법관에게 변호사 개업신고를 자진 철회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변협이 대법관 출신이라는 이유로 개업 철회를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법률적으로 따지면 변협이 변호사의 개업을 막을 권한은 없다. 변호사 등록은 허가제여서 결격 사유가 있으면 심사를 거쳐 거부할 수 있지만, 개업은 신고만으로 가능하다. 지난달 9일 등록을 마친 차 전 대법관이 개업 신고를 철회하지 않는 한 신고 수리를 무한정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런 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저촉되고, 법적 근거가 없는 ‘월권행위’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전직 대법관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변협은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을 받았던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개업 신고를 받아줬고, 법률가로선 있을 수 없는 무고로 유죄를 선고받은 강용석 변호사에겐 변호사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가벼운 징계를 한 터다. 그런 식으로 뚜렷한 기준이나 법적 근거도 없이 강제권을 휘두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변협의 문제 제기는 옳다. 전관예우의 악습을 이번 기회에 뿌리뽑아야 한다는 변협의 주장은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변협 성명대로 전직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으로 돈을 버는 나라는 거의 없다. 최고법관 출신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면 법관들에게 심리적 부담과 부당한 압력이 될 수 있다. 전직 대법관이 상고심 사건 수임으로 거액을 벌거나 이름을 빌려주는 ‘도장 값’으로 수천만원씩을 받는 것은 ‘그럴 수도 있는 관행’이 아니라,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부끄러운 비정상’이다. 그렇게 한 달에 수억원씩을 받는 것이 정당한 대가라고 누가 인정하겠는가. 도덕성과 청렴성, 윤리의식은 대법관 재임 중은 물론 퇴임 후에도 지켜져야 한다.
변호사법에는 대법관은 퇴직 뒤 1년간 대법원 사건을 맡을 수 없게 돼 있다. 차 전 대법관은 지난해 3월 퇴임 뒤 로스쿨 석좌교수로 있다 1년이 지나자마자 로펌으로 향했다. 공익활동을 하겠다지만 일반 사건도 수임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법을 우회하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3월 말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직자윤리법은 고위 판검사 출신의 대형 로펌 취업을 3년간 금지하고 있지만, 이 역시 다른 편법이 나올 수 있다. 전관예우를 근절하자면 퇴임 대법관이 굳이 개업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일을 용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양식이 분명히 세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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