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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본의 ‘과거사 책임’ 재확인한 한-중-일 회의

등록 2015-03-22 18:42

서울에서 21일 열린 제7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일본의 과거사 책임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일본이 과거사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한 3국의 협력 강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됐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3년 만에 열린 이번 회의는 한-중-일 협력 체제를 복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동발표문에는 ‘3국에 모두 편리한 가장 이른 시기에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는 등 6개 항이 담겼다. 무려 5년 만에 합의문을 낸데다, 거기에 협력 체제의 핵심인 정상회의 개최 내용을 언급한 것 자체가 상당한 진전이다. 기존의 50여개 정부간 협의체와 핵 안보, 원자력 안전, 재난관리 등 각종 협력 사업을 더 활발하게 추진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발표문의 표현처럼 ‘3국 협력 체제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정과 번영을 위한 중요한 협력의 틀’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과거사의 장벽은 여전했다. 3자 회의와 한-일, 중-일 회담을 지배한 것은 과거사 문제였다. 중국 쪽은 일본을 겨냥해 ‘역사직시 미래개척’이란 말을 화두로 던졌고,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서도 ‘필요한 조건’을 강조했다. 공동발표문에도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을 바탕으로”라는 구절이 포함됐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일본의 태도는 이번에도 그대로였다. 앞으로 일본이 바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정상회담 개최가 불확실해지는 것은 물론 3국 협력 체제는 이전처럼 다시 침체기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역사 문제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임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이 새 모습을 보여줄 기회는 여럿 있다. 하나는 종전 70돌을 맞아 내놓을 이른바 ‘아베 담화’다. 여기에 기존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의 계승을 넘어서 구체적인 해법까지 담는다면 과거사 문제 해결 노력과 한-중-일 협력은 큰 전기를 맞을 것이다. 새달 말로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아베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도 좋은 무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사죄하고 책임을 인정한다면 세계는 일본의 노력을 적극 지지할 것이다.

최근 쟁점이 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는 이번에 논의되지 않았다. 중요한 현안이지만 한-중-일 협력이라는 큰 의제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한-일 관계에서 과거사의 핵심은 위안부 문제다. 일본이 이 사안을 풀지 않는 한 한국인들은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강화 등을 추진하는 의도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는 종전 70돌, 한-일 수교 50돌이 되는 해다. 일본은 기회를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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