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5주년을 맞아 긴장 일로로 치닫던 남북 사이의 대북전단 갈등이 한고비를 넘겼다. 26일 ‘천안함 5주년’을 기해 대대적인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했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23일 전단 살포를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분간이 언제까지인지는 모르지만, 천안함 5주년을 계기로 한 최악의 사태는 일단 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런 일이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일부 단체들이 26일을 전후해 전단 50만장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의 편집분을 담은 영상물을 북쪽으로 날리겠다고 하자, 북쪽은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다. 북쪽은 22일 ‘조선인민군 전선부대들의 공개통고’를 내어 모든 타격 수단을 동원하여 무차별적인 기구(풍선) 소멸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쪽 주민에게 군사적 타격권에서 벗어나 대피하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북쪽은 지난해 10월에도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했고 우리 군도 이에 응사하면서 일촉즉발의 군사 긴장이 고조된 적이 있다. 이번은 당시보다 객관적으로 상황이 더욱 나쁘다. 한-미 군사훈련과 기간이 겹치는데다 개성공단 임금 인상 문제가 불거져 있고, 남북 당국 간의 대화 통로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작은 불씨가 큰불을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다.
정부도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박 대표를 비롯한 보수 단체 대표들에게 자제를 요청했고 그들도 이를 수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것으로 대북전단 갈등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박 대표는 천안함 5주기 날까지는 전단 살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전단 살포 완전 중단의 전제조건으로 북쪽의 ‘천안함 폭침 도발 인정과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내세웠다. 그간의 북쪽 자세로 보아 앞으로도 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전단 살포 단체들이 그런 조건을 고수하는 한 남북관계의 주도권은 당국자가 아니라 그들이 쥘 가능성이 크다. 언제든지 그들이 북쪽을 자극해 남북관계를 교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표현의 자유’로 보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 비난 전단에는 ‘표현의 자유’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대북전단에만 적용하는 것도 우습지만, 그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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