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4월7일 열린다.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72일 만이다. 청문회가 이렇게 늦어진 건, 알다시피 1987년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 당시 박 후보자가 검찰 수사팀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양승태 대법원장은 박씨를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하지 말았어야 했다. 또 이 사안이 논란에 휩싸인 순간 박 후보자 스스로 사퇴를 하는 게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여야가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한 이상, 이젠 청문회장에서 박 후보자의 과거를 한 치의 허점도 없이 엄정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 박종철씨 사건은 국가권력이 꽃다운 대학생을 고문해 죽인 반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폭력이다. 이 사건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람이 대법관에 오르는 건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설령 은폐 또는 축소 수사에 적극 가담하진 않았다 해도, 방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의와 인권의 마지막 보루여야 할 대법관 자격이 없다. 그런 이유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박 후보자 사퇴를 촉구해온 것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적 가치가 1987년 박종철씨 사건에 대한 반성과 투쟁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무조건 박상옥 후보자를 감싸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국회 인사청문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한성 의원이 “권위주의 시대에 (박 후보자는) 평검사로 진실을 밝히고 싶었지만 조직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수사를 가로막은 게 사건의 진상이다. 그런 사람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미리 방향을 정해놓은 듯 말하는 건 잘못이다.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회를 단순히 통과의례로 여길 게 아니라, 박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할 수 있도록 먼저 검찰에 박종철 사건의 수사기록을 남김없이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게 순서다.
인사청문회에 나서는 고위 공직 후보자는 누구든 흠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투기나 병역비리 같은 청문회 쟁점과 이번 사안이 근본적으로 다른 건, 이유야 어떻든 가장 폭력적이고 반인간적인 사건에 관여했던 사람을 인권의 최후 보루라 할 자리에 앉게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막내 검사가 무슨 힘이 있었겠느냐’는 말로 역사적 사건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것이 국회 인사청문위원들이 박 후보자에게 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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