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26일로 다섯 돌이다. 46명의 장병이 한꺼번에 숨진 비극적인 사건인 만큼 파장도 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비슷한 얘기만을 할 수는 없다. 이제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미래지향적 남북관계를 만들어갈 때다.
천안함 침몰은 그 경위가 어떻든 당시 정권의 ‘안보 무능’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후 대대적인 군 개혁이 예고됐으나 제대로 이뤄진 건 별로 없다. 각종 방위사업 비리가 드러나고 성추문과 총기사고도 잦았다. 특히 해군은 무기 도입과 관련해 전직 참모총장이 두 명이나 구속됐다. 안보 무능은 과거형이 아니라 진행형인 것이다. 안보 불안을 부각시켜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보수 집권세력의 시도도 끊이지 않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스스로 ‘문제 발언’이라고 하면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봐야 한다’고 한 것은 그 가운데 하나다. 최근 여권이 밀어붙이는 ‘종북몰이’도 다를 바 없다.
천안함 사건 이후 군비 강화가 추진되면서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은 더 커졌다. 첨예한 대치 속에서 북한 핵 문제는 더 심각해졌고 동북아 전체의 대결 구도도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바꾸지 못한다면 또 다른 천안함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 출발점은 남북관계 개선이다. 최대한 빨리 남북대화를 재개해 모든 현안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 그러자면 핵심 현안인 5·24조치 해제와 대북전단 문제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5·24조치는 북쪽은 물론이고 남쪽 기업에도 큰 굴레임이 이미 드러난 상태다. 통일을 말하면서 남북 교류·협력 강화를 막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대북전단을 보내는 소수 조직이 남북관계 전체를 뒤흔들도록 정부가 방관하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
북한은 적의를 앞세우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북쪽 당국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5·24조치 해제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고 밝힌 것은 무모하다. 어떤 식으로든 천안함 사건을 정리하려면 남북이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 천안함 사건의 주체를 둘러싼 남북의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한다. 남북이 대립하는 측면만 보려 해서는 건설적인 틀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상처를 딛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려면 우리 정부의 주도적인 노력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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