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편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의 활동 종료 시한을 사흘 앞둔 25일 새정치민주연합의 개편안이 제시됐다. 전체적으로 내는 돈(보험료율)은 현행보다 늘리고 받는 돈(지급률)은 약간 줄이되, 중·하위직 공무원의 연금은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공무원연금 가운데 일부분은 국민연금과 같은 보험료율·지급률을 적용하고 국민연금처럼 보험료 대비 연금액을 하위직은 많이, 고위직은 적게 가져가도록 차등화한다는 구상이다. 상·하위직 사이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아직 큰 틀의 방향만 내놓고 명확한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래도 야당안이 나옴으로써 논의를 진전시킬 계기는 마련됐다. 물론 공무원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야당안에도 반대 뜻을 밝혔다. 26일 자체 개혁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만큼 여야 정치권과 시각차가 큰 것은 당연할 수 있다. 대타협기구에서 각자의 안을 놓고 치열하면서도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하기 바란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공적연금의 존재 이유인 적정 노후소득 보장이 제1원칙으로 견지돼야 한다. 정부·여당안은 신규 공무원들의 연금액이 급격히 줄어 ‘반쪽 연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노후 불안이 큰 중·하위직 공무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개편안이 나와야 한다. 또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분명한 그림이 제시돼야 한다. 연금재정의 수입·지출 변화를 객관적으로 예측해 이를 바탕으로 공무원들의 고통분담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작업의 전제인 ‘재정추계 모형’에 대한 합의는 25일에야 이뤄졌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도 강조되고 있지만, 현재의 국민연금 수준에 공무원연금을 맞추는 식의 하향평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공적연금 체계 전반이 약화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고령화사회의 안전망이 크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편은 모두가 동의하듯이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그만큼 현실적 난관도 크고, 이해관계도 첨예하다. 외국의 성공 사례를 봐도 대개 몇 년씩 진통을 겪었다. 대타협기구가 석 달의 활동기간이 다하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나, 시한만 강조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각자의 안을 검토해 타협의 단초라도 마련하고, 시한을 늘려서라도 애초 기구를 출범시킨 취지를 살려야 할 것이다. 인내심과 지혜가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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