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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힘 있는 공직자일수록 거부하는 ‘가족 재산공개’

등록 2015-03-26 18:18

국회의원과 장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대검찰청 고위간부, 국세청 고위공무원…. 이들의 공통점은 공직자 가운데서도 이른바 ‘힘 있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국회와 행정부 등 5개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6일 공개한 고위공직자 2300여명의 재산신고 현황을 보면, 공통점이 또 하나 발견된다. 부모나 자녀 등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한 비율이 다른 기관 공직자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라면 공직자 가족의 재산공개 제도는 갈수록 사문화할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재산공개 대상자인 행정부 고위공직자 1825명 가운데 26.9%인 491명이 부모 또는 자녀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 4명 중 한 명이 넘는다. 기관별로 보면, 국세청은 공개 대상자 4명 중 3명(75%)이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고 대검찰청 고위간부 35명 중 절반이 넘는 20명(57.1%)이 일부 가족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 장관은 16명 가운데 7명(43.8%)이, 대통령실은 대상자 50명 가운데 18명(36%)이 역시 일부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고 한다. 국회에서도 사무처 고위직의 거부 비율은 19.4%인 데 비해, 국회의원의 거부 비율은 37.3%에 이른다.

물론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직계 존·비속이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면 재산 고지를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독립 생활을 하는 공직자 가족의 인권과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처사다. 하지만 가족 간에 위장 증여나 편법 상속 등의 사례가 적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이 조항은 재산을 숨기거나 축소 신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매우 크다. 특히 공직자 중에서도 직급이 높고 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가족의 재산 공개를 거부한다면, 이 제도의 취지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1993년 김영삼 정부 때 처음 도입한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공직자 가족의 재산신고 조항 역시 재산 은닉이나 축소 신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도록 고쳐야 한다. 권력기관의 핵심 고위공직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막으려면, 일정 직급 이상 공직자의 직계 존·비속에 대해선 재산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래야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가 국민 신뢰를 계속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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