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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새 시험대에 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여 결정

등록 2015-03-27 18:38

정부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뜻을 27일 중국에 공식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의 참여 결정은 다소 뒤늦은 감이 있으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2013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은행 창설 계획을 처음 밝힌 이래, 그간 정부는 참여 여부를 계속 저울질해왔다.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이 기구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기존 국제금융 패권에 대항하는 중국 주도의 새로운 질서 구축의 성격이 강한 탓이다. 특히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사드) 체계 도입 계획과 맞물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쳤던 점도 우리 정부가 선뜻 참여 결정을 내리지 못한 요인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안에서조차 참여 결정은 시간문제일 뿐이란 분위기가 강했다. 가입으로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실익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정부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통해 낙후된 아시아 지역 개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하게 피력했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육상과 해상으로 잇는 실크로드를 연결하려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꿈이 대표적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 인프라 투자수요만 해도 2020년까지 해마다 7300억달러(약 80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건설·전력·통신 등 대형 인프라시장이 새로 열리는 것이다. 우리 기업에도 놓치기 힘든 기회임은 분명하다. 미국의 반대를 뿌리치고 영국이 전격 참여 결정을 내린 뒤,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마저 잇따라 대열에 합류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고민 끝에 참여 결정을 내렸으나, 정작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당장 6월 중 창립 협정문 서명까지 남은 두 달여 동안 참여 의사를 밝힌 36개국은 지분율과 운영방식 등 지배구조를 두고 치열한 물밑 힘겨루기를 벌일 게 분명하다. 역내와 역외 국가 사이의 지분 배분뿐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지분율을 결정할 것이냐도 관건이다. 다자간 개발은행에 걸맞은 투명한 국제기준 등을 마련하는 일 또한 과제다. 이 과정에서 회원국 사이의 협력과 견제는 불가피하다. 중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 속에서 전례없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할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다. 미적대다 뒤늦게 참여 결정을 내린 불리함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정부의 분발이 더욱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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