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체계적인 성교육을 위해 ‘성교육 표준안’을 새로 도입하면서 성 소수자 관련 내용을 일선 수업에서 제외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진일보한 표준안을 내놓지는 못할망정 기존 성교육 매뉴얼에 포함돼 있던 내용조차 배제시킨 것이다. 이는 성 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용과 연대의 정신을 가르쳐야 하는 교육 당국의 책임을 저버리는 처사다.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는 이미 법적인 요청이자 국제사회의 기준이 된 지 오래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평등권 침해의 유형으로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인종 등과 함께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유엔 어린이·청소년권리협약도 성적 지향을 근거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 이런 내용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건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성 소수자들이 청소년 시절 학교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배우지도 존중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따돌림 등 실질적 차별에 노출돼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관련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한 조사에 참여한 18살 이하 성 소수자 가운데 45.7%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을 정도다.
대중문화를 비롯해 사회·문화적으로는 성 소수자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는 반면 일부 종교계는 더욱 극렬한 반대 목소리를 냄으로써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현상도 감안돼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 소수자와 관련된 내용을 학교 교육에서 배제하는 것은 정부가 차별의 논리를 공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차별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종교계의 반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정 종교의 시각이 국가 교육정책을 좌우하는 것 또한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 원칙에 비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성 소수자 관련 교육은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관계에서 차별을 배격하고 배려를 북돋는 시민교육의 일부분이다. 이런 내용조차 학교에서 가르치지 못하게 한다면 21세기 문명국가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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