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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연합뉴스 새 사장, 관영통신 되길 바라나

등록 2015-03-30 18:52

<연합뉴스> 박노황 새 사장의 행보가 언론계의 화제다. 편집권 보장의 상징인 편집총국장 제도를 폐지하는가 하면, 임직원들을 모아놓고 느닷없이 국기게양식을 열었다. 이 회사 노조 등 여러 구성원이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로서 정치적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박 사장은 며칠 전 첫 인사를 통해 편집총국장을 임명하지 않고 이아무개 논설위원을 편집국장 직무대행에 임명했다. 편집국·지방국·국제국으로 나뉘어 있던 보도부문을 편집국으로 단일화해 콘텐츠융합담당 상무이사 아래로 배치했다. 이로써 편집총국장과 편집국장, 지방국장, 국제국장에 대한 기자 임명동의 투표제를 사실상 없앴다. 경영진의 한 사람인 상무이사가 보도부문을 직할하도록 하여 경영과 편집의 분리 원칙도 허물었다.

편집총국장은 편집국·지방국·국제국 등 보도부문을 총괄하는 자리다. 편집총국장을 임명할 때는 노조원 3분의 2가 투표에 참여하여 과반수 찬성을 얻도록 단체협약에 규정되어 있다. 외압이나 경영 논리에 편집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려는 장치로, 이명박 정부 시절 구성원들이 공정보도를 요구하며 103일 동안 파업을 벌여 얻어낸 제도다. 그런데 박 사장은 “회사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제도 취지를 왜곡하더니, 기어코 일을 냈다. 박 사장은 언론의 독립성과 편집권 개념의 기본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박 사장은 30일엔 임직원 국기게양식을 열면서 “연합뉴스의 정체성과 위상을 세우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한편으로 언론의 독립성과 편집권 보장 장치를 무너뜨리면서, 연합뉴스의 정체성을 애국심에서 찾겠다는 모양이다. 국기게양식을 해서 안 될 것까진 없지만, 모든 권위를 비판하고 의심함으로써 자유로운 정신을 높여야 하는 언론기관으로서는 어색한 게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입에 올리는 ‘나라사랑론’에 코드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연합뉴스는 국가 기간 통신사라고 정부 구독료 형태로 350억여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뉴스 도매상의 역할을 인정하여 활동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해주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박 사장의 행태는 민영 언론기관의 대표자로서도 부적절하다.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엄격한 공적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연합뉴스의 대표자로선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박 사장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 회사에 대한 정부 지원금부터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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