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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청와대가 강요한 ‘엠비 자원외교’ 실상

등록 2015-03-30 18:52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민희 의원이 29일 공개한 한국석유공사 내부 문건은 이명박 정부 첫 해외자원개발 사업인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추진 과정에서 청와대가 사업을 좌지우지한 정황을 보여준다.

문건을 보면, 2008년 4월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과 행정관은 석유공사의 신규사업 실무자를 불러 “(쿠르드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자금조달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음’을 (대통령이) 보고받을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음을 우려 표시”했다고 돼 있다. 쿠르드 자치정부가 유전개발과 원유 확보를 조건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비 약 21억달러를 한국이 부담할 것을 요구하자, 석유공사가 ‘자금 문제는 민간기업이 해결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해 사업이 차질을 빚던 때다. 대통령의 ‘관심 사업’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석유공사가 모든 부담을 떠안으라는 정권의 압박에 가깝다. 결국 그해 8월 소망교회 인맥인 강영원 신임 사장이 들어선 뒤 석유공사는 재협상을 통해 1단계 사업비(19억달러)를 모두 떠안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4400억원을 투자해 현재 손실액만 최소 3억달러(33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과 같은 자원 빈국 처지에서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무작정 근거가 없다고 볼 건 아니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섣불리 예단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의사결정 과정엔 전문성과 독립성이 철저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임에도 ‘엠비(MB) 1호 자원외교’라는 정권의 치적 홍보에 급급하느라 나랏돈을 무턱대고 끌어다 쓴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은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여전히 나 몰라라 식으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이 전 대통령 및 핵심 책임자들의 해명은 거짓임이 거듭 확인됐다. 감사원도 2009년 10월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과정에서 강영원 사장이 최경환 당시 지경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고 수차례 증언한 사실을 감사과정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엠비 정부의 개입 증거가 쏟아지는데도, 여당의 ‘물귀신’ 작전 탓에 국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위 활동이 빈손으로 마무리될 형편에 놓인 건 극히 우려스럽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29일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투자가 모두 차입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며 자원개발 비리의 엄중함을 인정했다. 새누리당은 이제라도 행동으로 그 말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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