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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말로만 끝나선 안 될 유승민의 ‘세월호 관심’

등록 2015-04-01 18:54

여당인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가 3월31일 세월호 가족협의회 대표들과 만났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지금 정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철회를 요구하면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중이다. 유 원내대표의 손을 꼭 잡은 전명선 세월호 가족협의회 대표는 “면담 요청을 받아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 전날 가족들은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하려다 경찰과 충돌했고, 몇몇은 머리를 다치거나 입술이 터졌다.

세월호 참사 직후엔 대통령·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인사들과 정치인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희생자 가족들의 손을 한 번이라도 더 잡으려 애썼던 때가 있었다. 불과 1년 만에 상황은 일변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들은 이제 세월호 가족을 따뜻하게 감싸안기는커녕 아예 만나는 것도 꺼린다. 정치인들, 특히 집권여당의 힘있는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그래도 얘기를 들어주니 가족들에겐 고마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얘기를 듣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면담에서 가족들은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안 철회를 유 대표에게 재차 요청했고, 유 대표는 “시행령은 정부 결정 영역이지만 정부에 건의해 보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유 대표는 1일 기자들과 만나 “가족들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고, 기다려보겠다”고 밝혔다. 책임 있는 집권여당이라면, 가족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고 ‘다음은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란 방관적인 태도에 그쳐선 안 된다. 잘못된 정책이나 민심과 어긋나는 결정에 대해선 정부를 다그쳐서라도 방향을 바꾸도록 해야 옳다.

정부가 만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은 세월호 가족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참사의 발생 원인과 구조·수습 과정에서 정부 잘못이 무엇인지를 가리는 게 진상조사의 핵심인데, 그걸 담당할 특위 운영을 사실상 정부 공무원들에게 맡기려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더구나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만든 것이다. 정부가 핵심 내용을 뒤집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는데도 방관하는 지금의 여당 태도는 명백히 잘못됐다.

유 대표는 ‘시행령은 정부 소관’이란 태도를 버리고 정부와 실질 협의를 진행해 시행령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유 대표가 세월호 가족들을 만난 게 의미가 있고, 그런 면담이 4·29 재보선을 의식한 정치적 행동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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