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사이에 새 악재들이 생겨나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남북관계는 물론 북한 핵 문제도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난달 취임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적극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북쪽이 일방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한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 지급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2일 북쪽 요구를 수용하지 말라는 공문을 입주기업들에 발송했지만, 이런 식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북쪽이 임금인상을 하지 않는 기업의 노동자를 철수시킬 경우 공단의 파행은 불가피하다. 북쪽이 최근 남쪽 주민 2명을 간첩 혐의로 억류한 사안에 대해서도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여기에다 기존의 대북전단 문제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한-미 합동 군사훈련 종료 이후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부의 비전과 방안이 뭔지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일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다고 해서 북쪽이 대화에 나올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단 문제가 지난해 가을 이후 남북 대화의 최대 걸림돌이 된 사안임에도 풀려는 의지가 별로 없는 것이다. 그는 다음달 러시아에서 열리는 전승 70돌 기념행사에서 남북 정상이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대화가 어렵다며 부정적 인식을 나타냈다. 정부는 남북 민간단체들이 추진 중인 ‘6·15공동선언 15돌 기념 서울 공동행사’에 대해서도 정치색이 있다는 이유로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기는커녕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조차 흘려보내려는 모양새다.
홍용표 장관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진화’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협력이 자신과 통일부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의 하나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전단 문제가 대표적이다. 북쪽이 가장 신경을 쓰는 사안이라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이다. 개성공단 임금 문제도 사실상 이 사안과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민간단체와 기업의 대북 교류·협력에 대해서도 이제까지의 태도를 벗어나야 한다.
지금 정부 분위기를 보면 광복 70돌 남북 공동행사 개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지 않는 한 이 행사가 제대로 이뤄지기는 어렵다. 정부는 남북관계를 풀려는 의지와 역량부터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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