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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돈보다 긴급한 세월호 진상규명과 정부 책임

등록 2015-04-02 18:11

생때같은 목숨들이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하늘 아래 뻔한 사실을 숨기고 뒤틀려는 ‘꼼수’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정부는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특별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1일 세월호 피해자 배·보상금 산정기준을 발표했다. 돈 문제를 앞세워 진상 규명을 흐지부지하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할 만하다.

참사 1주기에 맞춰 돈 문제를 들고나온 해양수산부의 행태는 천박하다. 정부는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마다 평균 8억2000여만원이 지급되는 것으로 발표했다. 마치 나랏돈인 양 생색을 냈지만, 실상은 다르다. 3억원은 국민성금이고, 1억원은 학교에서 단체로 가입한 보험에서 나오는 보험금이다. 여기에 일반 교통사고에 준한 위자료 1억원, 살아 있을 경우 법정 정년까지 42년간 벌었을 예상소득을 공사장 인부 노임 단가로 계산한 3억원, 지연손해금 2400여만원 등 배상금이 4억2000여만원이다. 국민성금을 빼면 대부분 당연히 지급되는 최저액이다. 사고를 불러오고 구조에 실패한 정부의 책임에 대한 배상은 없다. 세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인명·화물 등에 대한 배상금 1400여억원을 우선 투입하겠다지만, 대부분 선사와 선주 일가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통해 회수할 전망이다. 사정이 그런 터에 굳이 이 시점을 택해 국가가 거액을 지원하는 양 발표했으니 그 저의를 의심하는 것이다.

의도를 짐작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거액을 받게 됐는데 진상규명이니 뭐니 뭘 더 요구하느냐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려는 것이겠다. 유족들이 배·보상 기준을 못 받아들이겠다면 돈 더 달라는 요구라고 호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식의 언론플레이는 참사 이후 여러 차례 봤던 것이다. 그사이 유족들의 상처는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더는 상처에 칼을 들이대지 말아야 한다.

유족들은 2일 집단 삭발을 하면서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 인양 공식 결정 때까지 배·보상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금은 배·보상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때라는 절절한 호소다. 희생자와 유족들을 모욕해 진실을 은폐하는 데 이용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세월호 특위도 정부의 시행령안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특위 쪽 설명대로, 조직 규모와 조사 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핵심 조사 대상인 해양수산부의 공무원이 특위 운영을 쥐락펴락하게 한 정부의 시행령안대로 되면 특위 활동과 진상규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만든 특위의 활동을 조사 대상인 정부가 제한하겠다고 덤비는 것 자체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짓이기도 하다. 정부는 시행령안을 철회하고 특위가 애초 제안한 시행령안을 수용해야 한다. 선체 인양 방안과 구체적인 일정도 이제는 내놓아야 한다. 언제까지 진상규명을 훼방하고 딴죽만 놓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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