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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획기적인 ‘이란 핵 합의’

등록 2015-04-03 18:38

미국 등 주요 6개국(P5+1)과 이란이 2일(유럽시각) 10여년 전부터 지구촌의 난제 가운데 하나이던 이란 핵 문제의 해법에 합의했다. 핵 비확산 체제를 지키려는 국제사회의 꾸준한 노력이 거둔 성과다. 세부 내용이 6월 말까지 타결돼 잘 이행된다면 중동 정세와 세계 경제에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 한반도 관련국들은 이번 합의가 북한 핵 문제에 좋은 영향을 주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라는 이번 합의는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 이란 핵 역량을 크게 제한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합의가 이행될 경우, 이란이 핵무기 보유를 결정하더라도 필요한 핵물질을 1년 안에는 확보할 수 없게 된다. 국제사회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 이란이 딴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또 이란의 핵 기술 연구·개발은 허용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이 합의는 비확산 체제 틀 안에서 핵 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보장하는 점에서 합리적이다. 절대다수 나라도 이번 합의를 반긴다.

이번 합의가 나오기까지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와 개혁파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정부의 의지가 큰 구실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 임기를 시작하기 직전인 2009년 초 북한 ·쿠바·이란 등 3개국을 거론하며 ‘적과의 악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에다 독일을 더한 ‘P5+1’이라는 협상 주체를 이끌면서 수시로 이란과 양자회담을 했다. 이번에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시한을 이틀이나 연장해가며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막판 쟁점을 타결했다. 두 나라는 앞으로 국내 강경파와 이스라엘 등 중동 나라의 반발을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란다. 만약 이번 합의가 두 나라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합의 이행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중동 정세도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

‘북핵 대화’도 빨리 시작해야

이번 합의가 북한 핵 문제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대화를 통한 해법 마련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북한은 이미 세 차례나 핵실험을 한 터여서 이란과 다르다고 강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오바마 정부 임기가 2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아 북한 핵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동력이 모자란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지다. 이번 합의는 미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바마 정부가 이제까지 이란 핵 문제를 풀려는 노력의 절반 정도라도 북한 핵 문제에 쏟았다면 상황은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시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협상을 원점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9·19 공동성명과 6자회담 등 당장 활용할 수 있는 틀이 있기 때문이다. 대북 대화는 ‘적과의 악수’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번 합의가 북한 핵 합의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유럽 나라들은 미국과 이란의 대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북한 핵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우리나라는 당연히 그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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