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이란 핵 합의’ 이후 북핵 문제가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된 뒤 “이란과 북한은 매우 다른 사안”이라고 밝혔지만, 이란 핵 문제와 북핵 문제를 연결짓는 질문과 답변이 공개적으로 오가는 것 자체가 두 문제의 상관성을 잘 보여준다.
물론 이란 핵과 북한 핵 문제는 두 가지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란은 핵무기를 아직 개발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북한은 이미 세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일정 수준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또 이란은 원유 수출 제한 등 외부 세계의 경제제재가 큰 효과를 발휘하는 상대적 개방사회인 반면, 북한은 외부 세계의 경제제재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폐쇄 경제체제다.
그러나 난해한 핵 문제를 협상 관련국들이 서로 주고받기를 통해 외교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은 2008년 12월 마지막 6자회담 이후 6년 넘게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핵 협상에도 큰 교훈을 준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난관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란 핵 협상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강력한 반발은 그보다 덜하다고 할 수 없다.
문제는 협상 의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인데, 지금 미국은 북핵 문제에 이란 핵협상에서 보인 것만큼의 의지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대변인 대행이 밝혔듯이, 북한의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대화 재개의 선행조건임을 되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미국 쪽에서 북핵 해결이나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 재개의 동력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곤경을 겪고 있는 우리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곤경을 겪고 있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도 남북 사이의 긴장이 완화된다면 쉽게 피해 갈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이란 핵 합의 이후 우리 정부가 보이고 있는 태도는 실망스럽다. 이란 핵 합의를 북핵 문제 해결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어떤 의지나 움직임도 찾을 수 없다. 이런 태도로는 지난해 말부터 미·중·일·러를 발품 들여 찾아다니며 모색했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탐색적 대화’도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 정부는 ‘내가 아니면 아무도 풀어줄 수 없다’는 자세로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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