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중단됐다. 애초 정한 활동 마감시한(3월31일)을 넘긴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는 결렬 위기에 처했다. 한국노총이 3일 “정부와 경영계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없으면 회의 참석이 무의미하다”고 선언한 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추가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으나, 대화의 물꼬는 꽉 막힌 상태다.
노사정이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왔음에도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건 아쉽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노동시장 개혁의 논의 방향을 처음부터 한쪽으로 정해버린 정부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정규직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처음 입에 올린 것을 비롯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쉬운 해고’를 내용으로 하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노동시장 개혁의 큰 그림인 양 강하게 밀어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 “노동시장 개혁이 4대 국정과제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배경에도, 노동시장 개혁이란 곧 ‘과보호되고 있는’ 정규직의 특권을 줄이는 것이라는 편향된 인식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노총의 불참 선언 이후에도 정부가 해고 및 취업규칙 가이드라인 등 기본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을 두고, 노동계는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기타 쟁점에서 자신들을 더욱 압박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이런 정부의 인식은 현실과 거꾸로 가는 처방이라는 이유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부나 사쪽은 외국의 노사 대타협 사례를 자주 입에 올리는데, 이는 대부분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물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에 반해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주문할 만큼 정부가 스스로 디플레이션 우려를 거두지 않는 상황 아닌가. 필연적으로 임금 삭감과 소득 감소를 가져오기 마련인 노동시장 유연화는 이 시대의 노동시장 개혁과는 어울리지 않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처방이다.
노동시장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뉜 이중구조를 깨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노사정 논의의 틀은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이해를 충분히 담아내는 데 한계가 뚜렷했다. 한국노총의 완강한 행태를 두고 정규직 노조의 특권 지키기라는 일부의 따가운 시선이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저임금 인상, 임금피크제 및 임금체계 개편 등 다양한 형태의 대화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