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어느 주간지에서 직업별 신뢰도를 조사했는데, 33개 조사대상 중 꼴찌를 한 직종이 ‘정치인’이었다. ‘정치인’을 ‘국회의원’으로 바꿔도, 또 지금 같은 조사를 하더라도 아마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불신은 매우 높다. 국회의원들로선 억울할 수 있겠지만 왜 이토록 심한 불신을 받는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
일부 국회의원이 정부 예산을 끌어다 도로를 건설한 지점 부근에 땅을 소유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상당한 재산상 이익을 보았다는 <중앙일보> 6일치 보도는, 국민이 왜 국회의원들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지 그 배경의 일단을 드러내준다. 기사를 보면 강길부 새누리당 의원(울산 울주)은 2007년부터 280억원의 예산을 유치해 지역구의 산업단지 진입로를 새로 건설했는데 이 진입로 끝에 1300여평의 자기 땅을 갖고 있었다. 새 도로 건설로 결국 강 의원은 최소 8배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남 여수을)은 자신이 예산을 따내 도로를 확장한 곳에 900여평의 땅을 갖고 있었고,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경기 의정부을)이 예산을 증액해 만들어진 고속도로 입체교차로를 따라가면 그가 이사장인 학원으로 연결된다고 한다.
물론 의원들은 나름대로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지역구민의 숙원사업을 해결했을 뿐이고, 결과적으로 자신도 약간의 혜택을 보았을지 모른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세금으로 모든 활동을 하는 국회의원들은 ‘결과적일지라도’ 자기가 제기한 사안으로 스스로 이익을 보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걸 눈감기 시작하면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과 정책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국회의원들은 입법 과정에서 언제든지 사적 이익을 끼워넣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가능한 정치구조가 온존하는 이상, 국민은 항상 “국회의원은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란 인식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선 의원들이 지역구민에게 거는 선거 관련 전화는 의회 사무실이 아니라 당 전국위 사무실에 가서 걸어야 할 정도로 사적 업무와 공적 업무를 철저히 구분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공공 이익이란 큰 틀 안에 사적인 이익을 너무 쉽게 파묻어버린다. 하루빨리 국회 스스로 의원들의 이해충돌을 엄격히 규제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길 바란다. 김영란법에서 빠진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보완하고, 그걸로 모자라면 별도의 입법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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