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혼란스런 나라살림, 지금 방식으론 안 된다

등록 2015-04-07 18:40

나라살림의 주름살과 혼란상이 심각하다. 돈 들어갈 곳은 늘어나는데 세입은 오히려 더 줄어 재정적자와 나랏빚이 큰 폭으로 늘었다. 방금까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던 정부가 이제는 지출을 옥죄겠다며 긴축재정으로 선회한다고 한다.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못 잡는 형국이니, 앞으로 난국을 제대로 헤쳐갈 수나 있을지 걱정된다.

재정형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인 듯하다. 재정건전성 판단 기준인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지난해 29조5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중앙정부 채무는 500조원을 넘어섰고, 광의의 국가부채는 1년새 93조원이 늘어 1211조2000억원이다. 마치 제동장치가 고장난 듯하다. 이렇게 된 것은 세입 증가율이 지출 증가를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기왕에도 재정수요의 확대를 세수가 받쳐주지 못하던 터였는데, 경기활성화를 하겠다며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렸던 지난해의 총세입은 애초 예산보다 11조원이나 모자라 상황이 더 나빠졌다. 총세입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의 절반 정도에 그쳤고 전년도보다도 크게 낮으니, 세수 기반이 더욱 취약해졌음이 확연하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고령화와 사회양극화 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재정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방만하게 쓰이는 사회간접자본 사업 등 일부 재정사업에 대한 정리와 강력한 재정개혁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일괄적으로 국고보조금 사업을 10% 줄이는 방식은 되레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실제로 예산액으로 보면 국가보조금 사업의 절반 가까이가 복지분야 사업이다. 복지분야는 사업 수가 적어도 예산이 커서 국민이 직접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대부분 법정사업인데다 수치로만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사업도 많다. 복지분야에 일괄적인 감축의 잣대를 들이댈 일은 결코 아니다. 지방재정 및 지방교육재정 역시 구조조정의 칼날을 함부로 대면 갈등이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세수기반의 확대를 위한 노력보다 재정지출 옥죄기에 온통 무게를 싣는 듯한 모습부터가 위태로워 보인다. 재정지출 조정에 한계가 분명한 마당에 세수기반 확대를 위한 노력은 당연하다. 총세입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 자체가 지금의 세수기반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겠다. 언제까지나 ‘증세는 없다’고 눈 감고 아웅 하는 식의 거짓말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재정형편의 어려움이 드러난 지금이야말로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논의를 본격화할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2013년 개편한 소득세제를 여론과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다시 고쳐 소급적용한 것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소득세 개편은 고임금층 증세와 저소득층 감세를 통해 조세형평성을 높이면서 세수기반을 확충하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보완으로 그 방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지만,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유감스럽다. 나라살림을 이렇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