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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별급식의 위험성 보여준 ‘충암고 사건’

등록 2015-04-08 19:14수정 2015-04-08 19:14

서울 충암고등학교에서 교감이 학교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한테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사건은 ‘선별급식’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급식비를 누구는 내고 누구는 내지 않는 구조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학교 교장은 사태를 변명하는 과정에서 급식비를 낼 수 있으면서도 일부러 내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며 ‘도덕적 해이’를 운운한 모양이다. 정말 그런 경우가 있다면 학부모를 조용히 면담해 해결책을 찾을 일이다. 교육자라면 오히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게 맞다. 또 급식비 지원 대상인 저소득층 학생들이 이런 소동 속에 얼마나 말 못할 아픔을 느낄지도 배려했어야 한다. 이런저런 사정 돌아보지 않고 그저 돈 문제에 마음이 급해 학생들을 윽박지르는 충암고의 풍경이야말로 선별급식에 구조적으로 내재된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지원 대상이라고 낙인을 찍고, 지원 대상도 아닌데 급식비를 내지 못한다고 또 낙인을 찍는 잔인한 제도인 것이다.

많은 이들이 보편급식을 지지하는 이유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자존감을 지켜줄 뿐 아니라 급식 지원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공동체 정신이라는 교육적 가치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그저 돈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천박한 물질주의적 태도다. 백번 양보해서 공적 재원의 합리적 배분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학교 급식에 드는 비용보다 불요불급한 지출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보편급식을) 중단할 거냐 말 거냐에서 논쟁의 해법을 찾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것을 안정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경제구조로 갈 거냐를 논의하면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도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여전히 보편급식을 “낭비”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문제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뒤엎어 쓸데없는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야말로 낭비적인 행정이다.

경남 진주시 지수초·중학교 학부모회가 보편급식 중단에 항의하며 꾸린 모임의 이름은 ‘지수면 행복급식 추진위원회’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는 밥은 행복해야 한다. 그 행복을 빼앗는 어른들의 모든 몰지각한 행동은 중단돼야 한다. 이를 둘러싼 비생산적인 논란도 이제 정리할 때가 됐다. 특히 논란을 일으킨 홍준표 지사와 그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남경필 지사가 속한 새누리당부터 명확히 태도를 정리하는 게 공당으로서 책임있는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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