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일 내놓은 ‘2015년 경제전망(수정)’을 보고 걱정이 많이 된다. 경제상황이 애초 예상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는 그늘진 현실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3.1%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이리되면 잠재성장률(3%대 중후반)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우리 경제가 지닌 인적·물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기대만큼 활기를 띠지 못해 빚어지는 현상이다. 한은은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9%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3개월 새 1%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한은이 적정 수준이라고 여기는 물가안정목표(2.5~3.5%)를 크게 밑돌 뿐 아니라, 디플레이션 우려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성장률이 하락하면 일자리 창출에 차질을 빚어 청년실업 해소 등이 더 어려워지고, 세수도 예산보다 줄어들기 마련이다. 소비와 투자 심리에도 나쁜 영향을 주어 경제 활력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 가계의 구매력이 높아질 수 있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 실질금리의 상승 등으로 이어지는데다 경기 둔화의 신호로 인식돼 유효수요 창출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러 나라가 디플레이션은 물론 낮은 물가상승률(로플레이션)을 우려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인식은 이것과 거리가 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1일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 활력이 실물부문으로 확산되면서 경기 회복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같은 날 비슷한 취지의 얘기를 했다. 두 사람의 진단이 맞을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한은 또한 물가 관리 등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정부와 한은 모두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경제가 활기를 띠지 못하면 중산층과 특히 서민층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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