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를 총리로 여기는 사람은 이 나라에서 아마 그 자신 빼고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국민의 눈에 그는 이미 총리가 아니라 부패 의혹에 연루된 일개 형사 피의자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 총리는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이 총리는 17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대통령이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나홀로 총리’를 하겠다는 뻔뻔함과 구질구질함이 참으로 역겹다. 그의 부도덕성이나 자질 부족은 이미 총리 인준 과정에서 드러났으나 정말 이 정도로 한심한 인물인지는 몰랐다.
이 총리는 여권 내부에서 왕따 신세가 된 것은 물론 이제는 청와대한테서도 외면받는 처지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떠나면서 총리가 아닌 여당 대표를 부른 것에서도 이 총리가 제 발로 걸어 나가 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묻어난다. 청와대 눈치 살피기의 선수인 이 총리가 그런 정치적 메시지를 읽지 못할 리 없다. 그런데도 이 총리는 무작정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그 자리에 앉아 뭉개고 있으면 죽은 가지에서 다시 꽃이 필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이 총리의 계속된 말 바꾸기와 오락가락 해명은 스스로 유죄임을 실토하는 덫이 되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친분 관계며, 2013년 재보선 출마 당시 성 전 회장과의 독대 여부, 심지어는 자신이 쓰는 스마트폰 대수에 이르기까지 그의 말에는 어느 것 하나 일관성이라고는 없다. 그런데 이런 거짓말로도 모자라 ‘성 전 회장과 이 총리가 독대했다’는 증언을 한 이 총리의 전 운전기사에게 이 총리의 의원실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회유와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증거인멸 및 위증 교사 유도죄에 해당하는 심각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 이 총리에 대한 구속수사 필요성까지 거론하고 나선 게 무리가 아니다.
이 총리는 자신이 그 자리에 머무는 이유를 국정 공백 최소화에서 찾고 있으나 현실은 정반대다. 그가 총리직을 떠나지 않을수록 국정 공백은 오히려 깊어질 뿐이다. 공무원들이 뒤에서 쑤군덕대고 손가락질하는 상황에서 무슨 국정을 챙기겠다는 것인가. 내각이 중심을 잡으려면 이 총리가 사퇴하고 법률이 정한 순서에 따라 총리 다음의 국무위원이 대통령 부재 중 직무대행을 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다.
이 총리의 ‘총리 목숨’은 이제 경각에 달렸다. 야당은 총리 해임결의안 제출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금 새누리당 분위기로 볼 때 가결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 일치된 관측이다. 이 총리는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시점까지 일단 시간벌기에 성공했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사이에 상황이 반전할 기미도 전혀 없다.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욱 만신창이가 돼 비참하고 추한 모습으로 총리직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운명이다. 세상이 다 아는 일을 본인만 모르고 있으니 딱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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