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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기춘, 지금 외국 들락날락할 때인가

등록 2015-04-20 18:42수정 2015-04-20 21:09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서 10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9일 갑자기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20일 오후 돌아왔다. 그가 귀국하면서 일단 ‘도피성 출국’ 의혹은 벗었으나 사태의 파장은 간단치 않다.

우선 김 전 실장의 오만한 모습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의 갑작스런 출국이 어떻게 비칠지는 법조인 출신인 김 전 실장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보란듯이 외국으로 나가는 비행기를 탔다. 그는 출국 자체를 자신의 떳떳함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론의 시선은 싸늘했다. 김 전 실장의 일본행 항공기 탑승 광경을 본 시민들의 제보가 언론사에 잇따르고 곧바로 도피성 출국이란 말이 나온 것은 김 전 실장의 생각과 여론의 동향 사이에 큰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검찰이 김 전 실장 등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내리지 않은 것이 옳은지도 의문이다. 김 전 실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정도 혐의를 받고 있다면 벌써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졌을 것이다. 검찰이 아직도 김 전 실장의 위세에 밀려 특별대우를 하고 있다고밖에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그런 저자세로 검찰이 김 전 실장의 혐의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매우 걱정된다.

김 전 실장은 10만달러 수수설에 대해 펄쩍 뛰고 있으나 ‘말 바꾸기’로 주장의 신빙성은 이미 크게 훼손됐다. 그는 애초 “비서실장이 된 뒤에는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성 전 회장이 남긴 비망록에서 두 사람이 2013년 9월과 11월에 만났다는 기록이 발견되자 “착각했던 것 같다. 11월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고 말을 뒤집었다. 그러면서도 9월의 만남에 대해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만난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거짓말을 했다가 꼼짝 못할 사실이 드러나면 그제야 시인하고, 그러면서도 아직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여기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우기는 것은 비리 혐의자들이 단골로 써먹는 수법이다. 김 전 실장의 무죄 주장에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한복을 입고 무대에 나와 화제를 모았던 베트남 하노이의 한복 패션쇼가 경남기업 소유의 랜드마크72 빌딩에서 열린 경위도 주목된다. 당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던 경남기업은 패션쇼가 끝난 뒤 워크아웃을 신청해 채권단의 긴급자금지원을 받아냈다. 김 전 실장은 “베트남 행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와대의 의사결정 구조상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패션쇼가 열리기 전인 9월4~5일에 두 사람이 만난 것으로 비망록에 나와 있는데도 김 전 실장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도 더욱 석연치 않다. 이래저래 김 전 실장을 상대로 검찰이 수사해야 할 혐의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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