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재단 이사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3월말 보직교수 등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교육계 인사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막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학과제 폐지 등 대학 구조조정안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가리켜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라고 했다. 해당 교수들이 구성한 ‘중앙대 비대위’를 변기를 연상케 하는 “Bidet위”라고 지칭한 것까지 보면 박 이사장의 유치한 지적 수준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중앙대는 2월 학과제를 폐지하는 구조조정안을 내놔 학교 안팎으로부터 ‘인문학 등 순수학문을 고사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아랑곳없이 구조조정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저런 몰상식한 발언들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중앙대 총장을 지낸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정부에 압력을 넣어 캠퍼스 통합 등 중앙대의 각종 이권을 챙겨준 의혹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중앙대 법인이 두산그룹 계열사에 건물 공사를 몰아주는 등 잇속 챙기기에 바빴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중앙대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궁지에 몰린 중앙대는 최근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을 수용해 2016학년도 입시에서 수시모집은 학과별로, 정시모집은 단과대학별로 선발하는 선에서 절충을 봤다.
박 이사장은 21일 문제의 발언이 공개되자 이사장은 물론 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사퇴로 문제의 본질이 덮어질 수는 없다. 우선 대학과 기업의 일그러진 관계를 곱씹어봐야 한다. 산업 수요에 맞춘다는 논리로 진행되는 대학 구조조정은 기업의 편의라는 근시안적 목적에는 맞을지 몰라도 나라를 떠받치는 지적 기둥이 돼야 할 대학의 소명과는 정반대의 길이다. 기초학문 부실화는 국가 경쟁력도 떨어뜨린다. 더구나 기업이 대학 운영에 직접 뛰어들어 이윤 창출에만 매달렸다면 이는 국가의 공공재를 사적으로 편취한 행위나 다름없다. 철저한 수사와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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