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2일 내놓은 ‘뉴타운·재개발 ABC 관리방안’은 2012년 1월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통해 처음 윤곽이 드러난 ‘박원순표 뉴타운 출구전략’의 구체적인 결과물이다. 서울시는 아직 착공하지 않은 438개 구역을 정상 추진(A), 정체(B), 추진 곤란(C) 등 세 유형으로 나눠, C유형 44곳 가운데 건축행위 제한이 풀려 새 건물이 들어섰거나 추진 주체가 이미 사업을 중단한 28곳은 연말까지 직권해제하기로 했다. 즉, 사업성과 진행상황을 고려해 ‘될 곳은 적극적으로 밀어주되 안 될 곳은 일찌감치 사업을 접겠다’는 얘기다.
무분별한 뉴타운 사업이 낳은 폐해는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때 처음 씨를 뿌린 뉴타운 사업은 주민의 개발이익 기대감과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공약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우후죽순으로 사업지를 늘려왔다. 동시다발 개발이 이뤄지다 보니 집단이주 수요로 전세난을 부추겼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사업성이 떨어지자 분쟁과 소송에 발목이 잡힌 사업장이 속출했다. 도시주거환경 개선이라는 원래 목적은 사라지고 땅 소유자한테만 혜택이 집중되는 부작용도 뚜렷했다. 이에 따라 난마처럼 얽힌 뉴타운 사업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도 커졌다.
수많은 이해 당사자가 존재하는 뉴타운 사업의 속성상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서울시 발표를 두고 구역별로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한 과정이다. 특히 지금까지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면서 들어간 비용(매몰비용) 처리 문제는 앞으로 갈등의 씨앗이 될 여지가 크다. 감사원 자료를 보면,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매몰비용은 1조4000억~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추진 주체가 없거나 위원회 구성 단계에서 사업을 접는 구역은 최대 70%까지 시 재원으로 지원할 방침이지만, 조합 설립 후 들어간 비용에 대해선 지원할 법적 근거가 현재로선 없다.
‘뉴타운 구조조정’은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온전히 성공하기 힘들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뉴타운 사업이 우리 사회에 드리운 그늘을 직시한다면, 정부와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는 게 옳다.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관련 법안 논의도 속도를 내야 한다. 대규모 철거와 집단이주의 도시개발 방식에서 소규모·공동체 중심의 도시재생 방식으로 궤도를 수정하는 일에 눈앞의 정치적 계산이 끼어들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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