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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인수위 자문위원 위촉’이 ‘특사 비밀’ 풀 열쇠

등록 2015-04-23 18:28수정 2015-04-23 18:28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17대 대선 직후인 2007년 12월 특별사면(특사) 대상에 포함된 경위를 놓고 여야 간에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참여정부가 성 전 회장의 로비를 받고 특사를 한 것”이라는 새누리당 쪽 주장과, “당시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쪽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 쪽의 주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양쪽 모두 구체적인 물증 제시 없이 입씨름만 벌이고 있는 상태지만, 공방이 이어질수록 오히려 새누리당 쪽이 밀리는 양상이다.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진행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가 사면(12월31일)도 받기 전에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에 위촉(12월30일)된 점이다. 자문위원 후보자가 수없이 많을 터인데 굳이 법률적 지위에 흠결이 있는 사람을 서둘러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것부터 상식과 동떨어진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사면 의혹을 제기하기에 앞서 성 전 회장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경위부터 자세히 설명하는 게 순서다. 성 전 회장의 ‘인수위 자문위원 위촉 미스터리’는 특별사면의 비밀을 풀 가장 핵심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

여야가 지금 가장 첨예하게 맞붙어 있는 대목 역시 성 전 회장이 막판에 특별사면 대상에 턱걸이로 들어간 경위다. 성 전 회장은 애초 12월28일 확정된 특별사면 대상자 74명의 명단에는 빠져 있다가 31일 발표된 명단에 추가로 포함됐다. 새누리당 쪽은 이를 “참여정부 청와대에 대한 로비 결과”라고 몰아가고 있으나,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오히려 그 반대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새 정권 쪽에서 그를 인수위 자문위원으로까지 위촉해놓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사면 요청을 거부하기 힘들었으리라는 해석이 훨씬 자연스럽다.

이와 관련해 당시에 이명박 당선자 비서실에서 활동했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증언은 주목할 만하다. 정 의원은 “권력을 잡은 인수위가 사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비정상적”이라며 “엠비 핵심 인사가 성 전 회장의 사면을 특별히 챙겼다”고 말했다. 따라서 누가 앞장서 성 전 회장을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천거했는지, 또 아직 사면도 받지 않은 사람을 자문위원으로 강력히 밀어붙인 ‘핵심 인사’가 누구였는지 등을 확인하면 성 전 회장의 사면 미스터리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성 전 회장이 자신의 특별사면을 위해 로비를 했다는 의혹은 앞으로 명백히 진실이 규명돼야 할 과제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성 전 회장의 사면 문제는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비하면 곁가지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경중이 있는 법이다. 지금은 성 전 회장의 육성 증언과 메모로 드러난 정권 핵심 인사 8명의 비리 의혹을 규명하는 일에 더 힘을 쏟아야 할 때다. 물타기 전략으로 ‘성완종 리스트’ 진상규명의 본말이 전도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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