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의 측근들이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만나 회유를 시도한 사실이 24일 드러났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홍 지사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ㄱ씨가 최근 윤씨를 만나 “홍 지사를 만나지 못해 보좌관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말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 홍 지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ㅇ씨도 윤씨에게 전화를 걸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돈을 안 받은 걸로 하면 안 되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홍 지사 쪽은 접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회유는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홍 지사는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윤 전 부사장을) 만났을 수 있다. 그것을 회유 운운하는 건 좀 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게 회유가 아니라면 무엇이 회유인지 궁금하다. 현직 광역단체장에다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사의 측근들이 자금 전달자로 지목된 사람을 만나 홍 지사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건 누가 봐도 사실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분명하다. 그런 행동을 홍 지사가 사전에 몰랐다고 보긴 상식적으로 어렵지만, 설령 몰랐다 하더라도 검찰 수사를 방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홍 지사가 책임을 면하긴 힘들다.
이 사안이 중요한 건 ‘성완종 리스트’가 처음 공개됐을 때 나왔던 우려대로, 현 정권 실세들의 증거인멸이나 진실왜곡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8명은 모두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다. 홍준표 지사 측근들의 부적절한 행동 외에, 이완구 국무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 상황을 알아보려 인척인 검찰 일반직 고위공무원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는 <조선일보> 보도도 있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자꾸 말을 바꾸면서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짙은 상태다.
이렇게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인사들은 사실을 덮기 위해 애쓰는 모습인데, 정작 검찰 수사는 이들을 곧바로 겨냥하지 않고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니 이해할 수 없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발언은 이런 의심을 더욱 증폭시키며 ‘검찰 수사를 과연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황 장관은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 (성완종 전 회장이) 정치권에 아주 폭넓게 로비를 했다고 하지 않나. 사건 자체가 (정치자금 전반을) 수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리스트 밖에 있는 정치인도 혐의가 포착되면 수사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의 사실은폐 움직임이 가시화하는데도 자꾸 수사범위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는 황 장관의 발언은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미적대는 듯한 모습을 버려야 한다. 우선 홍준표 지사와 이완구 총리 등에 집중해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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