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1심 재판에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상급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당선무효 하한선이 벌금 100만원이라는 점에서 조 교육감이 취임 1년여 만에 물러날 수도 있게 되었다. 2008년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공정택·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도 유죄판결로 중도하차한 바 있다.
재판부의 판결은 형식상 별문제가 없다. 20~23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가운데 6명이 벌금 500만원, 1명이 벌금 300만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선거에서 조 교육감이 상대 후보인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한 행위가 ‘낙선 목적의 허위 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조 교육감이 섣부르게 의혹을 제기해 끌고 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 사안으로 당선무효형을 내리는 게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당시 고승덕 후보는 조 교육감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과 조 교육감이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는 색깔론을 제기했다. 둘 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선관위는 두 후보에 대해 경고 처분을 했으며 경찰은 무혐의 처리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조 교육감만 기소해 형평성 논란을 낳았다. 그것도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이었다.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는 선거 때 흔히 있는 일이기도 하다.
조 교육감의 혐의는 공정택·곽노현 전 교육감의 사례와도 큰 차이가 있다. 공 전 교육감은 선거 때 차명재산 신고를 누락한 것 외에도 뇌물을 받는 등 서울시교육청 사상 최악의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곽 전 교육감은 선거 때 중도사퇴한 후보에게 2억원을 건네 매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교육감 직선제는 후보 인지도가 낮고 비용이 많이 드는 등의 문제가 있으나 정책 대결 성격이 강해지는 등 교육자치 취지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이른바 진보 교육감으로서 혁신학교 육성, ‘특권학교’ 폐지와 일반고 활성화, 유아 공교육 확대, 학생인권옹호관 제도 안착 등 학생·학부모 중심 개혁을 추진해왔다. 그의 거취와 무관하게 이런 개혁은 꾸준히 이뤄져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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