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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방송의 질보다 방송사 밥줄만 챙긴 광고총량제

등록 2015-04-24 18:21

방송통신위원회가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고 가상·간접광고 허용 폭을 꽤 넓히는 내용으로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시청자의 프로그램 시청 여건이 나빠지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방송사의 광고 영업만 신경 쓴 반공익적 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고도 방통위가 시청자 주권을 대변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광고총량제는 프로그램, 토막, 자막 광고 등 광고 형태별로 각각의 시간을 정해 규제했던 것과 달리 방송광고의 전체 허용량만 제한하고 시간과 횟수 등을 방송사가 자유로이 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방송사는 비인기시간대 광고를 줄이고, 대신 인기 프로그램에 비싼 돈을 받고 광고를 더 많이 붙임으로써 광고수입을 크게 늘릴 수 있다. 가령 60분짜리 프로그램에 지금은 최대 6분(15초짜리 24개)까지 광고를 붙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9분(15초 36개)까지 가능해진다.

문제는 시청자들이 광고에 치여 짜증이 나고 프로그램을 즐기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방송산업 발전을 고려했다고 주장하지만, 시청자를 희생시키면서 무슨 산업이 발전하겠는가. 직접적 수혜자인 지상파 방송사들의 로비에 휘둘린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간접광고와 가상광고 허용 폭을 넓히는 것도 문제다. 간접광고는 드라마 품격을 떨어뜨리기 쉽다. 출연진이 협찬사 홍보를 위해 쓸데없는 대사와 장면을 반복하고, 이야기 구조와 무관하게 협찬 물품을 수시로 노출한다면 그것을 방송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모처럼 발전 전기를 잡은 우리 드라마의 해외 수출 경쟁력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 방통위는 가상광고도 스포츠 중계에 한정하던 것을 스포츠 보도, 오락까지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가상광고는 골이 터지는 등의 극적인 순간에 전자기술을 발휘하여 광고 화면을 끼워넣는 등의 기법이다. 사람이 극도로 흥분했을 때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외국에선 비윤리적 수법으로 비판받기도 한다.

광고총량제로 지상파 방송사가 광고물량을 쓸어간다고 종합편성채널들이 아우성을 치자, 종편사를 달래려고 간접광고와 가상광고까지 손댔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방통위가 국민 문화생활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민하기는커녕 방송사업자들을 상대로 흥정이나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 방송제도는 한국방송이 수신료를 거두는 공영방송 체제가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앞세우도록 한 공영방송의 이념과도 전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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