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00엔당 898.56원을 기록했다. 원-달러와 엔-달러 환율을 토대로 산출되는 원-엔 환율이 9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7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엔화 약세(원화 강세)를 가리키는 이런 환율 하락 현상을 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출 부문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여파가 간단치 않아서다.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 이런 추세가 당분간 바뀔 가능성이 작아 더 그렇다. 일본이 돈 풀기 정책인 양적완화를 계속 밀어붙일 태세인데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이를 용인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고 증권시장에 외화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그에 따른 원-엔 환율 하락세가 이미 우리 경제에 짐이 된 상황에서, 그 짐이 더 무거워지게 생겼다. 일본 업체들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수출업계는 물론이고 여행 등 일부 내수업계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환율은 경제 전반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가격변수의 하나다. 어떤 나라가 환율을 상향 조정하면 그 나라 통화 가치가 떨어져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여러 나라가 직접적이거나 간접적 방식을 통해 이런 움직임을 보여왔다. 일종의 ‘이웃나라 궁핍화’ 정책을 펴온 셈이다. 이따금 ‘통화전쟁’ 따위의 험한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우리가 이런 식의 적극적인 환율 조정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원체 여러 나라의 감시와 견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얼마 전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언급한 바도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원-엔 환율이 2009년 2월 1550원까지 올랐던 점 등을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최근 “(환율이) 위든 아래든 한 방향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현상이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걸맞은 대책이 이어져야 한다. 수출업계의 자구 노력 등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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