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안을 발표했다. 유가족과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수정 요구 10건 중 7건을 반영했다고 생색을 냈지만 핵심 내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시행령안 논란의 핵심은 세월호특별법에 규정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특조위 조직을 짜놓았느냐는 점이다. 정부 시행령안은 파견 공무원이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각 실무부서의 업무를 총괄하도록 함으로써 ‘관제기구’를 만들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해양수산부가 기껏 내놓은 수정안은 기획조정실장을 행정지원실장으로 명칭만 바꾸고 실무부서 총괄 기능은 그대로 뒀다. 실장을 해수부가 아닌 다른 부처에서 파견하도록 했을 뿐 공무원이 맡는 것도 그대로다. 이걸 가지고 수정안이라고 강변하니, 해수부 공무원들은 기초적인 문언 해석 능력마저 결여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또 정부는 △진상규명 △안전사회 △피해자 지원 등 분야별 소위원장에게 실무부서 지휘·감독 권한을 부여하라는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조위가 애초 취지대로 민간 주도의 독립적 조사를 하려면, 상임위원 가운데 선임되는 소위원장이 업무를 주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고, 과거의 각종 독립조사기구에서도 그렇게 해왔다.
정부의 억지는 이뿐만이 아니다. 특조위 안전사회과의 업무 범위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것으로 축소하지 말고 ‘안전한 사회 건설 전체’로 명시하자는 요구를 거부했다. 이는 세월호특별법과도 배치된다. 특별법은 원인 규명이나 구조·구난의 적절성 조사 등 업무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것으로 한정 짓고 있지만, 안전사회 대책 수립 업무에는 이런 한계를 두지 않았다.
이처럼 본질적인 문제점은 그냥 놔둔 채 특조위 직원 중 민간인과 공무원 비율 따위의 지엽적인 몇 가지만 손본 수정안을 내놓고는 선심이라도 쓴 것처럼 당당하게 구는 정부의 모습에서 비애를 느낀다. 이 수정안을 강행한다면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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