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증권·카드 등 제2금융권 회사들도 앞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주기적으로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을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고, 대주주가 금융관련법이나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1년 이상 실형이 확정되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게 뼈대다. 30일 열리는 정무위 전체회의 문턱을 넘어서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그대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감시망이 소홀했던 제2금융권, 특히 재벌 금융계열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간 제2금융권 회사들의 경우엔 최초 설립 당시에만 금융당국이 한차례 대주주 자격 요건을 살펴보는 데 그쳤다. 이러다 보니 회사 자금을 횡령해 실형이 확정된 총수 일가가 대주주 지위는 물론이고 버젓이 임원직을 유지하며 자신이나 관계회사에 불법대출을 일삼다 적발된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번에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안은 알맹이가 빠진 겉치레에 불과하다. 재벌과 여당의 반대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논의과정에서 뒤로 밀리더니, 내용마저 크게 후퇴해버려 실망스럽다. 우선 적격성 심사대상을 ‘최대주주 1인’으로 못박은 건 잘못이다. 최대주주뿐 아니라 특수관계인과 주요 주주 모두를 포함하는 게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에 걸맞다. 적격성 심사기준이 되는 법률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을 빼버린 건 솜방망이 처벌 의도를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간 문제가 불거진 사례는 대부분 총수 일가가 특경가법상의 횡령·배임으로 처벌받고도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횡을 일삼는 경우였다.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처리 과정에서 주식매각 강제조항 추가 등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쪽으로 문제점이 서둘러 보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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