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시내에선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청와대로 향하는 시위 행렬을 차벽으로 막아 세우고 포위한 뒤 살수차를 동원해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쏘아댔다. 시민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을 직접 겨냥한 최루액 물대포로 여러 사람이 실신하고 구토하며 괴로워했다. 참으로 잔인하고 끔찍한 짓이다. 국제앰네스티의 긴급 논평대로 공공의 안전에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은 평화로웠던 시위대를 상대로 최루액까지 섞은 물대포를 쏘아가면서 해산시켜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과도하고 부당한 공권력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요즘 들어 경찰의 진압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관련 집회에서 캡사이신 물대포가 뿌려진 것은 처음이다. 집회장을 수십 대의 경찰차로 둘러싸고 가로막는 차벽도 다시 등장했다. 차벽을 흔드는 따위 과한 행동이 일부 있었다고 해도 애초 대치와 충돌은 경찰의 과잉진압에서 촉발되고 격화했다고 봐야 한다. 따지자면 차벽으로 통행을 막는 것 자체가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고, 공공의 안전에 명백한 위협이 없는 터에는 경찰이 함부로 해산명령을 내릴 수도 없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무차별 진압을 일삼는 경찰의 행태를 보면 시민과 유족을 정권의 적으로 여기는 게 아닌지까지 의심된다.
정부는 왜 이런 충돌이 벌어지는지 돌아봐야 한다. 유족과 시민들이 청와대로 향한 것은 세월호 1주기에 남미 순방을 떠났다가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부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직접 요구하고 그 대답을 듣기 위해서였다. 참사의 책임자일 수 있는 정부가 정부 자신에 대한 조사를 관장하고 정부가 정한 것까지만 조사하도록 한 정부 시행령으로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는 게 유족들의 절규다. 정부는 그 요구를 귀기울여 듣고 성실하게 답하기는커녕 매운 최루액과 물대포, 차벽을 앞세워 유족과 시민들을 가로막았다. 대화 대신 진압 일변도로 가니 시위가 이어지고 충돌이 격화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억압한다고 해서 진실을 향한 의문이 잠재워질 리 만무하다. 대통령과 정부는 유족들의 호소에 귀 막지 말아야 한다. 당장 4일 국무회의에 시행령을 상정하겠다는 방침부터 거두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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