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월5일은 어린이날이다. 많은 어린이가 선물을 받고 환호하거나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차마 떠올리기 끔찍한 일도 벌어진다. 지금 어떤 아이들은 학대로 죽어가고 있다. 그 수가 한 해 37명꼴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이 순간에도 어린 생명이 스러져가고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상당수가 그 부모다. <한겨레>가 조사하고 분석한 2008년 이후 아동학대 사망사건 가운데 넷 중 세 건의 가해자가 친부나 친모였다. 나머지도 대부분 친인척이나 양부모, 계부모에 의해 희생됐다. 저항할 힘도 없는 어린이가 도움을 청할 수도 없이 고립된 ‘가정’에서 잔혹한 폭력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는 더는 ‘부모의 체벌이나 가족 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폭력이고 중대 범죄다. 직접적인 폭력 말고도 보호자가 양육과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하는 방치와 정서적 학대 역시 심각한 아동학대다.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애써 눈을 돌리지 않았다면 학대받는 아이들을 구할 길은 얼마든지 있었다. 학대로 죽어간 아이들의 상당수는 숨지기 전 외부에 학대 사실이 알려졌는데도 죽음을 면하지 못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까지 됐지만 결국 죽은 아이도 있다. 신발 자국이 선연한 멍 자국을 보고서도 신고하지 않은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 잦은 타박상과 째진 상처를 보고서도 걱정과 경고만 했던 병원과 약국, 눈앞에서 잔혹한 폭력을 목격하고서도 서둘러 자리를 뜬 이웃 등은 모두 아이들이 몸으로 애타게 보낸 구조신호를 외면한 것이 된다. 그 결과가 아이들의 죽음이다. 2013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울주 아동학대사건에서도 신고 의무를 어긴 어른들에게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았다. 법과 절차는 마련돼 있지만 여전히 작동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에도 대책이 없진 않았다. 아동학대를 처벌할 특례법도 마련됐고 정부의 종합대책도 나왔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답답하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크게 늘었지만 학대 사실을 현장에서 조사하고 아동을 격리 보호할 수 있는 인력과 시설은 크게 부족하다. 법과 제도는 있지만 예산이 없어 학대 아동을 보호할 인프라 구축은 요원하다. 출생등록 의무화, 영유아 검진 의무화, 가정방문 서비스의 제도화 등 근본적인 개선과제도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그런 안전그물부터 촘촘하게 짜는 것이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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