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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집권세력의 무책임한 ‘사회적 대타협’ 파기

등록 2015-05-07 18:25수정 2015-05-08 00:56

여야 정당과 공무원단체 등이 진통 끝에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국회 처리가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거부됨으로써 결국 무산됐다. 여야 지도부는 5월 임시국회에선 꼭 처리하겠다고 말하지만, 여야 갈등에 집권세력의 내분까지 겹친 터라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렵사리 이룬 대타협을 무산시킨 현 집권세력에게 과연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능력과 책임감을 기대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정부여당이 먼저 약속을 깨기 시작하면 앞으로 어느 누가 노동, 복지, 재정 등의 현안에서 사회적 타협에 나서려 하겠는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된 데엔 당-청 갈등과 친박 의원들의 반발이 결정적이었다.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문제삼은 건, 야당 요구로 들어간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인상’이라는 조항이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 실제로는 합의안 내용이 애초 청와대 안보다 미흡하다는 게 핵심이었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도 여야 합의안을 밀어붙일 용기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스스로 주저앉아 버렸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공무원연금 합의안의 내용이 흡족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연금개혁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정답을 찾기 쉽지 않은 사안에선 ‘타협과 동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이해당사자들이 조금씩 양보해서 타협을 이뤄내는 게, 성과 없이 극한 대결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 이번 합의안은 어쨌든 공무원들이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연금개혁을 해서 정부재정을 절감할 수 있게 했으니 전체적으론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게 분명하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그런 판단을 했기에 합의문에 서명하고 국회 처리를 국민 앞에 약속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청와대가 끼어들고 친박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한 건 매우 부적절할 뿐 아니라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 청와대가 노조 등 이해당사자와 국민을 설득할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대통령은 핵심 당사자들을 단 한번도 직접 만나지 않으면서 여야가 긴 시간 동안 노조 등과 협의해 마련한 합의안을 미흡하다며 발로 차버리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 이런 식이라면 현 정권 아래선 앞으로 중요한 사회현안의 해결 또는 진전을 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야는 이미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하루빨리 처리하는 게 옳다. 이를 위해선 새누리당이 청와대 입김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유연성을 발휘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이란 방향은 옳다 하더라도, 개혁안 처리를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50%’라는 수치를 고수하는 게 타당한지 열린 마음으로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국회 처리를 통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금 개혁을 위한 공론화의 장을 여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관련 영상] 국회가 차린 ‘밥상’ 엎어버린 청와대 / <한겨레TV> 돌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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