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내놓은 ‘그린벨트 개선안’은 막개발과 땅투기만 조장할 여지가 커 염려스럽다. 미래세대에 짐을 떠넘길 수 없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른 공적연금 강화 방안마저 반대하던 정부가 미래세대 몫인 국토 자원을 마구 파헤치려 드는 꼴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이르면 올해 말부터 30만㎡ 이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개발제한구역 규제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앞으로는 지역특산물 판매 및 체험시설을 그린벨트 안에 지을 수 있고, 마을 공동사업의 경우엔 2000㎡ 범위 안에서 숙박·음식·체험 시설을 설치할 수도 있다.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자체장에게 넘기는 것은 1971년 도입된 그린벨트 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선출직인 지자체장이 지역주민의 재산권 침해를 막는다며 무분별한 개발에 나설 경우 이를 막을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환경보전 가치가 낮은 지역(그린벨트 환경등급 3~5등급)으로 제한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1~2등급은 대부분 산 정상부 지역으로 애초부터 개발이 힘든 곳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5년 이상 거주’ 조건을 없애고 거주기간과 상관없이 주택 등 시설을 증축할 수 있게 한 탓에, 그린벨트 해제 혜택이 대부분 외지인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높다.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위해 수도권 지역의 그린벨트를 대거 해제한 뒤 경기 하남 등 일부 지역에서 땅투기를 부채질한 전례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규제완화 행태는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지난해 두 차례 열린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암 덩어리”, “단두대에 보내야 한다” 따위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각종 규제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래 계속돼온 규제완화 조처가 정작 우리 경제에 얼마나 보탬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정부 스스로도 근거를 내놓지 못한다. 이벤트 하듯 한꺼번에 쏟아내는 규제 빗장 풀기 처방이 가져올 부작용은 없는지 꼼꼼하게 헤아리지 않는 한 우리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지도 못할뿐더러 진정성마저 의심을 사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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