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채널에이>가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격하게 충돌한 과거 다른 집회 사진을 최근 ‘세월호 추모 집회’ 사진이라고 갖다 붙이는 심각한 오보를 했다. 종편의 저질 막장 편성, 보도의 문제점이 거듭 지적돼오던 터에, 채널에이가 치명적인 잘못을 또 저질렀다. 채널에이가 일단 사과했지만 그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언론 윤리의 기본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엄정한 사회적 대처가 필요하다.
채널에이의 시사 프로그램인 ‘김 부장의 뉴스통’은 지난 6일치에서 ‘단독입수: 세월호 시위대 경찰 폭행 사진’이라는 자막을 붙여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는 장면 사진 네 장을 내보냈다. 이 가운데 한 장은 2003년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 관련 농민집회를 <오마이뉴스>가 찍은 것이었다. 다른 한 장은 2008년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를 <조선일보>가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세월호 집회를 다루면서 무려 12년 전의 전혀 다른 사진을 골라 방송까지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엉터리 화면을 놓고 패널들이 집회의 폭력성을 성토하는 토론을 했으니 정상적인 언론기관이라 하기 어렵다. 오래전 다른 언론사가 찍은 사진을 갖다 쓰면서 ‘단독 입수’라고 자막을 붙인 것은 사기극에 가깝다.
‘김 부장의 뉴스통’의 김광현 부장은 2013년에도 ‘김광현의 탕탕평평’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내용을 방송해 심각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고도 채널에이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다가 또다시 심각한 명예훼손 사고를 냈다. 사과 뜻을 밝히긴 했으나 세월호 유가족과 집회 참여자들의 훼손된 명예는 그것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언론기관이 중대한 오보를 했을 경우 스스로 경위를 철저히 밝히고 관련자를 문책하는 게 원칙이다.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은 2004년 9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군복무가 부실했다고 당시 상관의 메모를 근거로 보도했다가 오보임이 확인되자 자체 조사위원회를 가동하고 경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어 앵커와 담당 프로듀서, 선임 부사장 등 4명을 해임했다. 일본 <아사히티브이>는 1999년 2월 채소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었다고 보도했다가 오보임이 확인되자 피해 농민들한테 거액의 화해금을 지급하고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채널에이는 사고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납득될 만한 사죄와 후속 조처를 제시해 언론기관으로서 양식을 입증하기 바란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필요한 조처를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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