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남북 간 군사 긴장을 높이고 있다. 4월 말 미-일 정상회담과 8일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일본 대 중국·러시아’의 국제적 대결 구도가 선명해지는 흐름 속에서 남북 간마저 군사 긴장이 격화하고 있어 불안감이 더욱 크다. 더구나 4월24일 한-미 군사훈련이 끝난 뒤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가 서서히 재개되는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게 될까 우려스럽다.
북한은 8, 9일 잇따라 서해에서 남쪽의 ‘영해 침범’을 주장하면서 남쪽 함정에 조준사격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전통문을 보내왔다. 북쪽은 8일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낸 서남전선사령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서해 북쪽 ‘해상분계선’을 침범하는 남쪽 함정에 대해 “예고 없는 조준타격”을 가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9일에도 다시 “맞설 용기가 있다면 도전해보라”는 도발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은 이에 그치지 않고 미사일 무력시위도 펼쳤다. 9일 오후 원산 부근 해상에서 사거리 100㎞로 추정되는 함대함(지대함 공용) 미사일 KN-01 3발을 발사했다. 또 같은 날, 북한 <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맞서 우리 쪽도 ‘강 대 강’의 자세로 맞받았다. 최윤희 합참의장이 8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과 만나 북쪽의 도발 시 한-미 연합전력으로 강력히 대응하기로 한 데 이어, 9일에는 주요 작전사령관과의 화상회의와 2함대 사령부 방문을 통해 ‘도발에 대한 강력하고 처절한 응징’을 지시했다. 또 청와대는 같은 날 오후 이례적으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만큼 북한의 도발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북쪽의 군사 도발에 대해 신속하고 확고한 대응태세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남북 모두, 특히 북한은 남북 군사 긴장이 백해무익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반도 주변에 ‘미·일 대 중·러’ 사이의 대결이 심화하는 와중에 남북마저 대립하는 것은 스스로 남북의 발언권을 줄이는 길이다. 남북의 자율은 축소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나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게 될 뿐이다. 이미 핵과 미사일 도발로 국제적 고립 상황에 처한 북한은 추가적 도발을 통해 얻을 것보다는 잃을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북쪽의 군사 도발에 대한 즉자적 대응을 넘어, 장기간 긴장관계에 있는 남북관계를 큰 틀에서 개선하는 통 큰 모습을 보여야 한다. 최근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비료 지원이나 민간 차원의 6·15선언 남북 공동 기념행사(6월14~15일) 서울 개최 합의 등 의미 있는 흐름을 살리면서 북을 대화 마당으로 끌어내야 한다. 지금이 대화냐 대립이냐의 중대 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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