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담뱃세를 한갑당 2000원 올린 뒤에 관련 세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담배 판매량이 애초 정부의 예상만큼 줄어들지 않는 게 한몫을 해 주목된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면서 금연 유도를 통한 국민건강 증진 효과를 내세웠다. 그런데 현실은 이것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1~4월 담배 판매로 거둬들인 세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00억원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달이 갈수록 더 크게 늘어나 4월에는 증가폭이 3500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담배 판매량(반출량)의 흐름을 반영한다. 처음에는 판매량이 많이 줄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폭이 작아진 것이다. 1~3월 반출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대로 떨어졌다가 4월에는 70%대 중반까지 회복했다. 지난해 하반기 ‘사재기’한 물량이 소진된데다 금연에 실패한 사람들이 담배 구입에 나선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담뱃세를 2000원 올리면 담배 판매량이 34%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사재기 등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면서 4월에는 감소량이 20%대 중반에 그쳤다. 정부 예상과 1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런 감소폭이 지속될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정책 결정의 바탕에 문제가 있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국민건강 증진 효과를 부풀려서 홍보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담뱃값 인상을 두고 계속 제기되는 ‘서민증세’ ‘꼼수증세’라는 비아냥이 일방적이지만은 않다는 얘기도 된다.
담뱃값 인상은 되돌릴 수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런 만큼 금연 효과를 높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마침 담뱃갑에 흡연의 유해성을 담도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선 국회가 이 법을 통과시키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이 법의 단서조항(경고 그림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아니하여야 한다) 등이 실효성을 떨어뜨리므로 국회와 정부가 이른 시일 안에 고쳐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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