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직장인 638만명이 이달 월급날에 모두 4560억원의 세금을 돌려받게 됐다. 1인당 7만1000원꼴이다. 이미 낸 세금을 환급받는 사람들이야 기분 좋은 일이겠지만 나라경제 전체로는 문제가 많다. 소급입법의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데다 소득 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소득세법 개정은 1월의 ‘연말정산 파동’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근로소득과 납부세액을 정산한 결과,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할 사람들이 불만을 쏟아냈다. 뚜렷한 근거도 없는 가운데 ‘세금폭탄론’ 등이 힘을 발휘할 정도였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에 놀란 나머지 정부를 압박해 각종 공제를 확대하거나 신설하도록 만들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부분적으로 가세했다.
하지만 연말정산이 마무리된 뒤 정부가 세금 부과 내용을 분석해 보니 ‘세금폭탄론’ 등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9%인 연소득 7000만원 이상 계층의 경우 세부담이 1인당 평균 109만원, 7000만~5500만원 계층은 3000원이 늘었다. 반면 5500만원 이하 계층은 3만1000원이 줄었다. 5500만원 이하도 부담이 늘어난 경우가 적지 않지만 금액 자체는 소액이다. 정부가 2013년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밝힌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몇몇 소득공제 제도를 세액공제 제도로 바꿔 세부담의 형평성 등을 높이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그런데도 소득세법이 이번에 다시 개정되면서 이런 취지가 훼손되어 유감이다. 정부가 2013년 개정안에 대해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했더라면 피할 수도 있었던 일이라 여겨져 더욱 그렇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방침에 눌려 그러지를 못했다. 소득세법 개정으로 어찌됐든 세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올해도 지난 3년간과 마찬가지로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소득과 자산 불평등은 이미 심각한 상태다. 또한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복지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런 만큼 세법 손질을 서둘러야 한다. 여야는 4일 법인세를 포함한 세수 확충 방안에 대해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본격적인 세제개편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세법에 대한 신뢰를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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