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의 대표적 인물인 김문기 총장을 해임하라는 교육부의 요구를 상지대 재단이 거부했다. 교육부가 김 총장의 해임을 못박아 요구했는데도 재단 쪽은 총장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정직 1개월의 징계 결정으로 교육부에 맞섰다. 비리 주역인 김 총장은 해임하되 김씨 일가 지배구조의 근간인 이사회는 유지시켜 준다는 교육부의 어설픈 타협책조차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김씨와 재단 쪽의 안하무인을 방치하고 조장한 교육부 책임이 크다. 부정입학 등 사학비리 탓에 1993년 퇴출당했던 김씨가 21년 만인 지난해 8월 총장으로 복귀한 뒤 학내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로 학교운영이 파행을 겪을 때 교육부는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 교육부가 뒤늦게 상지대에 대한 특별종합감사를 벌인 뒤인 지난해 말에도 상지대 재단은 김씨 복귀에 반대한 교수들을 파면하고 징계하는 등 학내 비판세력 탄압을 계속했다. 교육부가 감사결과를 통보하면서 총장 해임을 요구한 다음날인 3월11일 재단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김씨 장남 등 김씨 쪽 신임 이사 3명의 임원 취임 승인을 교육부에 신청했다. 이미 김씨 쪽 이사 5명을 추인했던 교육부는 이들 3명을 또 승인했다. 비리 사학의 족벌경영과 세습을 용인했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행보였다. ‘잘못된 신호’가 계속된 탓에 상지대 재단이 교육부의 총장 해임 요구를 무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는 비리 사학을 정상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은 이제 분명해졌다. 비리를 밥 먹듯 저지르고 분규를 유발해 학교를 파행으로 몰아넣은 김씨를 총장으로 선임하고 그 자리를 지키도록 한 장치는 이사회다. 김씨 쪽 일색인 이사회를 그대로 두고서는 상지대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상지대 재단이 총장 해임 요구에 불응하면 임원 취임 승인 취소(이사 해임)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징계 재심의 요구로 또다시 시간을 허송할 게 아니라, 재단 이사진을 전원 해임하고 즉각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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