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아직도 창피함을 모르는 이완구 전 총리

등록 2015-05-14 18:33수정 2015-05-14 18:33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서 3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취임 후 부패척결의 기치를 높이 내걸었던 내각의 총책임자가 부패 혐의 피의자로 전락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씁쓸하다. 아직 후임자도 없는 ‘총리 공백’ 상태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현직 총리의 검찰 출석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가 ‘진실’ 운운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것은 금품 전달자인 성 전 회장이 이미 고인이 된 상태에서는 검찰도 혐의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으리라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나타난 각종 정황증거나 이 전 총리의 언행을 보면 오히려 ‘진실’은 돈을 받은 쪽에 가까워 보인다.

우선 이 전 총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계속 거짓말을 했다. ‘성 전 회장과 친하지 않다’는 해명과 달리 1년 동안 수백 차례나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2013년 재선거 때 성 전 회장이 부여 선거사무실로 찾아가 돈을 전달했다’는 성 전 회장 측근들의 진술에 대해 이 전 총리는 ‘단독 면담’ 사실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나, 두 사람이 단독으로 만나는 광경을 본 사람들이 잇따라 나타났다.

게다가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에 만난 지인들에게 직접 16차례나 전화를 걸어 대화 내용을 캐묻는가 하면, 전직 운전기사를 비롯해 선거 캠프 인사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회유와 말맞추기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돈을 받지 않았으면 굳이 회유 공작을 펼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런 증거인멸 시도는 이 전 총리의 혐의를 입증하는 강력한 정황증거가 아닐 수 없다.

검찰도 그동안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와 이 전 총리의 운전기사 등 관련자들의 증언을 폭넓게 수집하고 관련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얼마나 정교하고 치밀하게 이 전 총리의 금품수수 혐의를 입증할지 주목된다. 여기에 덧붙여, 이 전 총리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 결정에서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증거인멸 문제다. 증거인멸은 구속영장 청구의 중요한 사유인데, 핵심 증인들을 상대로 한 이 전 총리 쪽의 회유와 거짓증언 유도 등이 한두 건이 아니다. 검찰이 이 전 총리 수사를 통해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기는 것이 없음’을 확실히 보여주기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