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던 현역 국회의원의 청와대 정무특보 겸직이 결국 스스로 문제점을 드러냈다. 청와대 정무특보로 임명된 주호영 의원이 14일 국회 예결위원장 도전을 위해 정무특보직을 그만둘 뜻을 밝혔다. 주 의원은 “정부 예산을 심의하는 예결위원장과 청와대 특보 겸직은 곤란하다고 보기 때문에 사의 표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정무특보 겸직이 맞지 않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과 국회법을 벗어난 현역 의원의 특보 임명을 철회하는 게 옳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여당을 청와대의 외곽조직 또는 지원기관쯤으로 생각하는 권위주의적 발상을 버려야 한다.
과거에도 대통령이 정치인 정무특보를 둔 적은 있지만 지금처럼 현역 국회의원을 대거 특보로 임명한 적은 없다. 정부를 감시·견제하는 국회의원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보좌관 역할을 하는 건 삼권분립 위반이며 입법부를 경시하는 처사다. 더구나 국회법은 국회의원의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3월 정무특보로 임명된 주호영·김재원·윤상현 의원은 현재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 회부되어 있다.
청와대는 당청 관계의 강화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친박 현역 의원을 대거 정무특보로 둔다고 해서 당청 관계가 좋아지는 건 아니다.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이 청와대 정무특보인 주호영 의원인데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법에 관한 여야 합의안을 전달했느니 못 받았느니 하면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원칙에 어긋나고 실효성도 없는 현역 의원의 특보 겸직을 굳이 지속해야 할 이유를 어디서도 찾기 어렵다.
현역 의원을 대통령 특보로 임명하는 발상이나 여야의 합의안을 외면하며 다시 협상하라고 여당을 압박하는 행동이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청와대가 당보다 위에 있고 효율적 국정운영을 위해 당은 청와대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이런 인식 때문에 과거 권위주의 시절엔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했다. 박 대통령은 당 총재를 겸하진 않지만 여전히 그런 권한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시대가 변했다. 대통령은 가까운 의원들을 통해 여당을 통제하고 국회를 제어하려 하지 말고, 여야 의원들을 직접 만나 현안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끌어가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연금법을 비롯한 꽉 막힌 현안을 풀 수 있다. 현역 의원의 청와대 특보 임명을 철회하는 것에서부터 인식의 전환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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