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청와대가 15일 고위급 당·정·청 회동을 통해 지난 2일 여야 대표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처리하기로 뜻을 모은 것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보기 드물게 국회 주도로 사회적 난제의 돌파구를 연 합의에 대해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가 어깃장을 놓으면서 보름 가까이 여권 내부 갈등과 비생산적인 사회적 논란만 키웠다. 이제라도 청와대가 여야 합의를 ‘주어진 여건 속에서 도출한 최선의 안’으로 평가하고 사회적 대타협의 의미를 긍정했으니 다행이다. 그러나 당·정·청은 야당이 주장해온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명문화에는 계속 반대하기로 해 이후 협상의 걸림돌을 남겼다.
여기서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50%’라는 수치의 배경에 자리잡은 의미다. 2일 여야 합의는 공적연금 강화를 통해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 1위의 노인빈곤율, 국민연금 사각지대와 낮은 소득대체율, 부실한 기초연금 등 노인세대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요인이 산재한 상황에서 노후소득 보장체계 개선은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퇴직을 앞둔 중년층의 공적연금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 달라졌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주최한 긴급좌담회에서 연금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노후소득 보장체계 전반에 대한 포괄적 개혁을 논의할 절호의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여야는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이런 시대적 요청을 우선 헤야려야 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명문화를 밀어붙이지 않는 대신 실질적으로 노후소득 보장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주목되는 태도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17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에는 ‘50% 명기 철회’라는 명분을 주되, 우리는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여 사실상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수준에 맞도록 실리를 취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상의 또다른 축인 새누리당도 청와대에 휘둘려 스스로 발목을 묶었던 패착을 거두고 생산적인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 당·정·청 회동으로 청와대가 새누리당의 협상권한을 인정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만큼 앞으로 얼마나 자율성을 발휘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청와대는 이참에 여당을 자신의 ‘2중대’처럼 조종해 여야 합의까지 좌지우지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해당사자들을 직접 대면해 설득하는 정정당당한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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